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그제 페이스북에 “신발 속 돌멩이 같은 불필요 규제들을 빼내 기업들이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힘껏 달릴 수 있도록 힘쓰겠다”는 글을 올렸다. 경제6단체장들과 만나 “(기업이) 해외에 도전하는 것은 올림픽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선수나 다름없는데 (그동안) 모래주머니를 달고 메달 따오라고 한 것”이라고 한 데 이어 규제개혁 의지를 재차 강조한 것이다.
과도한 규제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인식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이 급속히 진행되고, 첨단 산업의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자유롭게 뛸 수 있도록 규제를 개혁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우리 기업들이 체감하는 규제부담은 141개국 중 87위다. 이런 환경에서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 된 것 자체가 기적이다.
역대 대통령들도 보수, 진보를 가리지 않고 규제 혁파를 최우선 국정과제 중 하나로 삼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대불산업단지 진입로의 ‘전봇대’를 규제의 표본으로 삼아 뽑아냈다. 박근혜 당선인은 “거창한 정책보다 손톱 밑 가시를 빼야 한다”며 규제 개선을 추진했다. 문재인 정부도 “붉은 깃발 규제를 뽑겠다”며 규제 샌드박스제를 시행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개혁에 성공한 정부는 없었다. 집권 후 각종 문제에 부딪히면서 초심을 잃었고, 규제 완화에 거부감을 가진 공무원들이 내놓는 규제강화 해법의 유혹에 빠졌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첫해 1200건이던 신설·강화 규제 건수가 2016년 1491건으로, 문재인 정부는 첫해 1094건에서 2020년 1510건으로 임기 후반에 규제가 급증한 건 이런 이유에서다.
규제 혁파에 성공하려면 결국 공무원 사회의 뿌리 깊은 타성과 관행, 관치 만능주의를 넘어서야 한다. 규제 하나를 새로 도입하겠다고 하면 그 두세 배의 규제를 없애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지도자의 강하고 일관된 의지다. 공무원 사회에 규제 혁파의 DNA를 심어주는 것 하나만 성공해도 한국 경제의 엔진에 다시 시동을 건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런 만큼 임기 초부터 정권의 성패를 걸고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5년 뒤에도 규제개혁이 우리 경제의 최대 고민거리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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