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대 이승만 대통령과 5∼7대 박정희 대통령의 취임식은 중앙청 광장에서 열렸다. 지금은 철거되고 사라졌지만 당시 중앙청은 행정부 청사 건물이었다. 4·19혁명으로 물러난 이 승만의 뒤를 이은 윤보선 대통령의 취임식은 지금의 서울시의회에서 거행됐다. 서울시의회 건물은 당시 국회의사당으로 사용됐다. 새 대통령이 중시하는 정치적 기반을 상징하는 곳에서 취임식을 한 것 같다.
▷유신 선포로 직선제가 간선제로 바뀌면서 ‘체육관 선거, 체육관 취임식’ 시대가 열렸다. 1972년 박정희 대통령이 8대 대통령 취임식을 한 장충체육관이 단골 무대였다. 1980년 전두환 대통령 취임식 장소는 잠실체육관이었다. 여의도 국회에서 취임식이 열린 것은 1988년 노태우 대통령 때부터였다. 민주화 이후 첫 직선제 대통령인 만큼 취임식도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하자는 의견을 따랐다고 한다. 윤석열 당선인도 관례대로 국회 광장에서 취임식을 한다.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은 워싱턴 의회 앞에서 열리지만 예외도 있었다. 17대 앤드루 존슨 대통령은 워싱턴의 한 호텔에서, 26대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은 친구 집에서, 33대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취임식을 했다. 모두 부통령이었다가 대통령의 유고로 대통령직을 승계한 경우였다. 36대 린든 존슨 대통령은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 안에서 취임 선서를 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된 당일이었다.
▷취임식 초청 인사들을 보면 새 정부의 국정 기조를 엿볼 수 있다. 김대중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된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은 반전(反戰) 평화운동에 열심이었다. 김대중 정부는 남북 정상회담으로 평화 무드를 조성했다. ‘경제 대통령’을 내건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엔 “제발 경제를 살려 달라”고 호소했던 ‘시장 아지매’가 초청받았다.
▷취임식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대통령 취임사일 것이다. 취임사에 새 정부의 국정 방향이 담기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5년 전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를 약속했다. 그러나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취임사에서 했던 다짐이 퇴색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윤 당선인 측은 “취임사는 공정과 상식, 통합의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도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실천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대 대통령 취임식 총감독은 공연기획 전문가인 이도훈 홍익대 교수가 맡는다. 성대한 무대가 펼쳐질 것이다. 하지만 떠나는 대통령의 퇴임식은 없다. 이번에도 청와대 비서진과 간단한 인사만 나누는 정도가 될 것이다. 신구(新舊) 권력교체기의 그림자가 씁쓸하기만 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