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어제 의원총회에서 3선의 박홍근 의원을 새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이재명 전 대선후보의 비서실장을 지낸 박 원내대표는 3차 결선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이낙연 전 대표 측 박광온 의원을 이겼다. 이에 따라 이재명계가 민주당 신주류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72석 거야(巨野)를 이끌 박 원내대표는 “개혁과 민생을 야무지게 챙기는 강한 야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새 원내지도부는 3·9 대선 패배의 원인 진단에서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민주당은 2020년 4·15 총선에서 압도적 과반 의석을 확보한 이후 선거법 등을 강행 처리하는 등 입법 독주를 계속했다. 대화와 타협 대신 다수 의석을 앞세운 ‘수(數)의 정치’에만 집착한 것이다. 여기에 등 돌린 민심이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을 심판한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입법 독주에 다시 시동을 걸 태세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그제 비대위 회의에서 “윤석열 정부가 검찰 개혁을 후퇴시키지 않도록 검찰 개혁의 고삐를 단단히 조이겠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빼앗는 ‘검수완박’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코로나19 극복과 민생경제 회복 등 긴급한 과제가 산적해 있는데 검수완박 법안이 그렇게 서둘러 처리해야 할 현안인가.
더구나 윤석열 당선인 측은 다음 달부터 국회에 새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 요청안과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을 제출한다. 박 원내대표가 새로운 야당상을 보여줘야 할 첫 과제다. 견제할 것이 있다면 분명하게 짚어야 하겠지만, 새 정부 출범을 훼방 놓는 것으로 비쳐서도 안 될 것이다. 무조건 싸워야 강한 야당이 아니다. 민심을 얻어야 강한 야당이 된다.
대선 패배를 둘러싼 책임론 공방으로 번진 계파 갈등을 수습하는 것도 박 원내대표의 중요한 책무다. 벌써부터 당내에선 이 전 후보와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이 벌여온 날선 공방의 후유증에 대한 우려가 크다. 뼈를 깎는 변화와 쇄신에 나서야 할 때 주도권을 챙기느라 ‘남 탓’ 공방으로 날을 새우면 안 된다. 쇄신과 협치 없이는 민주당의 미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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