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학교가 실종된 지 벌써 3년째. 이달 초 개학 이후 3주 만에 유치원생을 포함한 학생 누적 확진자는 100만 명을 넘어섰다. 교사 확진자도 급증하면서 학교마다 대체 교사를 구하느라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개학은 했지만 교실 구성원 전체가 한자리에 모이는 날은 정작 손에 꼽을 법한, 비정상적인 일상이 이어지고 있다.
개학 첫 달 어수선한 학교의 상황을 취재할 때면 학부모들의 비판은 언제나 교육부의 무책임하고 일관성 없는 행정으로 향했다. 달라진 수업 환경에 대처하지 못하는 교사들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지만 일부 학부모들이 “그래도 선생님이 책임감 있는 분이라”, “선생님이 챙겨 주신 덕분에”라고 말을 맺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공교육의 경쟁력이 땅에 떨어졌다는 비판 속에서도 어떤 교사들은 여전히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노력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교실이 무의미해질수록, 친구들과 단절될수록 아이들에게는 선생님이 학교 그 자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3년 차에 접어들어도 혼란스러운 코로나19 확산은 아이들과 학부모뿐 아니라 교사들도 지치게 만든다. 교육부의 모호한 지침 아래 교사들은 만 2년째 교육과 방역의 책임을 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부터 속속 도착하는 반 아이들의 확진 소식을 들으며 출근해 아이들에게 배부할 자가진단키트 수십 개를 일일이 직접 소분한다. 격리된 아이와 등교한 아이들이 실시간으로 같은 품질의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EBS급 수업을 제공하라’는 주문도 떨어진다. 같은 반 안에서도 2년간 눈에 띄게 벌어진 아이들 간 학습 격차를 챙기는 것도 교사의 몫이다.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책임감을 가지고 고군분투하는 교사들이 학교 전체에 대한 신뢰를 지탱한다. 경기 안성시의 한 학부모는 “반 아이가 원격수업에 계속 접속을 하지 않자 선생님이 직접 집에 찾아가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고 챙겨서 수업에 참여시킨 적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의 또 다른 학부모는 “새 학년 첫 주부터 아이가 확진되어 격리됐는데 선생님이 매일 진도를 안내하고 교과서도 언제든 볼 수 있게 학교 보안관실에 맡겨 주시더라”며 “격리돼 있지만 학교와 단절되지는 않았다는 걸 알려주려 애쓰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출간된 ‘나의 덴마크 선생님’은 학교와 교직의 존재 이유에 대한 책이다. 지리산 대안학교 교사였던 저자가 불안과 우울로 삶의 길을 잃었던 시절 떠올린 곳은 다름 아닌 ‘학교’였다. 그는 덴마크의 시민학교에 늦깎이 학생으로 입학해 세계 각국에서 온 학생, 교사들과 질문을 던지고 경험을 공유한다. 그 수업들이 켜켜이 쌓이며 한줄기 빛이 비추는 것 같은 순간, 그의 입에서 이런 안도의 말이 나온다. “이 세상에 선생님이 있는 게 좋다.”
더 많은 아이들이 “이 세상에 선생님이 있어서 다행이다”라며 안도하는 날이 올까. 학교가 사라져가는 시대, 그 답은 사명감을 가진 교사들만이 쥐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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