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난뱅이 선비가 ‘맛없는 술도 차보다 낫고, 못생긴 마누라도 독수공방보다는 낫다’고 떠들어댄 모양이다. 이 말에 시인은 저속하긴 해도 통달에 가까운 경지라며 시의(詩意)를 보충하고 나섰다. 그래도 비유가 점잖지 못하다 싶었던지 시 앞에 우스개 삼아 지었다는 주를 달았다. 술과 차, 벼슬살이와 은거 등 세간의 통념을 뒤집는 시인의 발상은 일체의 속박에서 벗어나 절대 자유를 지향했던 장자(莊子)와 닮아 있다. 도연명처럼 시인은 장자에 심취했고 삶과 시에 그 사상을 녹여냈다. 다만 관직 대신 전원을 택한 도연명과 달리 소식은 격심한 부침을 겪으면서도 관직은 고수했다. 장자와 도연명을 흠모하되 상상 속 은퇴만으로 자신을 달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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