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5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맞선 대응 방안을 논의했지만 상임이사국인 중국, 러시아의 반대로 추가 제재는커녕 규탄 성명조차 내지 못한 채 끝났다. 중국은 특히 “미국이 돌파구를 원한다면 더 매력적이고 유연한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며 미국 책임론까지 들고나왔다. 기존 대북 결의의 ‘도발 시 추가 제재’ 조항에 따른 논의는 계속된다지만 그 실현 가능성은 요원해 보인다.
유엔 차원의 대응 무산은 미중 전략경쟁과 러시아의 전쟁 도발로 전 세계가 신냉전 대결로 치달으면서 진작 예고된 것이었다. 안보리가 식물상태에 빠진 지도 이미 오래다. 북한의 도발 역시 중-러 독재자 진영에 가담해 그 비호 아래 곁불을 쬘 수 있다는 계산에서였다. 나아가 김정은은 ‘장기적 대결’을 공언하며 외교적 북핵 해결 기회를 걷어찼고, 중-러는 그런 북한을 감싸며 동북아를 신냉전의 긴장 지대로 만들었다.
북한의 핵 질주와 중-러의 비호는 결국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 강화, 자유진영의 결속을 부르고 있다. 마침 한국에선 정권교체와 함께 김정은을 어르고 달래던 대북정책이 종언을 고했다. 나아가 미국 전역을 사정권에 둔 ICBM 도발은 새삼 북핵이 한미 공동의 위협임을 확인시켜줬다. 대화를 우선시해온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도 압박과 제재를 넘어 더 가혹한 봉쇄와 고립으로 좁혀질 수밖에 없다.
그 대응의 핵심은 물론 한국의 자강(自强), 즉 자체적 국방력 강화다. 강력한 선제·보복 능력이야말로 북한의 오판을 줄일 수 있다. 다만 핵무장엔 당장 한계가 있는 만큼 동맹 차원의 억지력 확보와 연합 대비태세 강화에 주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북핵 고도화에 맞춘 ‘작전계획 5015’의 최신화에 속도를 내는 한편으로 그간 미국이 반대했던 핵잠수함 보유, 핵주기 완성 논의도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가 됐다.
신냉전은 이제 시작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긴 싸움에 단단히 대비하자”고 했다. 당장 대화의 문을 닫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북한의 핵장난과 그것에 놀아난 중-러가 후회하도록 만들기 위한 동맹 차원의 장기 플랜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그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 윤석열 당선인이 곧 미국에 보낸다는 한미정책협의대표단의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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