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가장 적은 표차로 승부가 갈린 20대 대통령 선거가 막을 내렸다. 선거가 끝난 뒤 인수위원회 구성 등 새 정부의 밑그림에 대한 독자의 관심도 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세계에 충격을 줬고, 이로 인해 국내외 경제에는 먹구름이 잔뜩 낀 상태다. 동아일보 독자위원들은 21일 대통령 선거를 전후한 선거 보도와 우크라이나 침공 등을 주제로 토론했다.》
김종빈 위원장=사상 유례가 없는 열띤 선거였던 20대 대통령 선거 보도에 관한 의견을 듣겠습니다.
이은경 위원=1월 25일자 A4면 <與 보고서 “서울 민심 4·7때보다 나빠…윤석열-안철수 단일화땐 이재명 필패”> 기사와 3월 9일자 A5면 <수도권 민심-野단일화-2030 표심-코로나 ‘4대 변수’에 달렸다> 기사는 정확한 분석으로 사안을 잘 짚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대선은 진영, 지역, 세대, 남녀 갈등을 증폭해서 나라를 분열시킨 측면이 크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언론도 ‘이대남 대 이대녀’ 등 특정 집단의 대립 구도를 부각하는 기사를 많이 썼는데 앞으로는 신중했으면 좋겠습니다. MZ세대에도 가치를 중심으로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언론이 MZ세대의 모습을 정형화해 반복 보도함에 따라 다른 생각을 가진 2030들도 다수에 편승하려는 심리가 생길 수 있습니다.
최은봉 위원=3월 9일자 A8면 <“첫 투표, 진정한 국민 된 기분…집값-일자리 해결할 대통령 원해”> 기사는 만 18세 이상 유권자 20명을 인터뷰해 그래픽과 함께 보도해 흥미로웠습니다. 그런데 선거 이후엔 당선인 측 움직임만 많이 보도하고 있는데 여당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조금 더 보도해주면 좋겠습니다. 또 ‘새 대통령에 바란다’ 릴레이 인터뷰는 3월 10일자, 12일자, 15일자 등으로 떨어져 게재돼 일관성이 없는 느낌이 들어 아쉬웠습니다.
류재천 위원=2월 28일자 A6면, 3월 1일자 A6면, 3월 5일자 A3면, 3월 7일자 A5면, 3월 8일자 A3면, 3월 9일자 A3면에 각각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정책을 비교한 기사는 후보들의 차이를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줘서 좋았습니다. 3월 4일자 A5면 지지율을 분석한 도표는 알기 쉽게 설명이 돼서 좋았습니다. 3월 7일자 A1면의 <사전투표 관리 엉망, 한심한 선관위> 기사와 제목에는 ‘비밀투표 등 민주주의 원칙을 깼다’는 문제점을 정확히 지적했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이은경 위원=3월 17일자 A12면 <선관위 상임위원 15명 “노정희 거취 표명하라”>, 3월 18일자 A5면 <노정희 “앞으로 잘할 것” 선관위 사퇴 거부>, 3월 19일자 A5면 <사퇴 거부 노정희, 선거실무 실국장은 교체> 기사는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지면이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투표에 오염이 있을 수 있다는 의심이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민주주의는 흔들립니다. 중앙선관위 내부 반발은 전례가 없는 일이므로 후속 보도를 통해 국민의 의구심을 해소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태윤 위원=‘3·9 대선 공약 줌인’은 중요한 공약들을 잘 비교해서 도움이 됐습니다. 반면 ‘새 대통령에 바란다’는 경제 사회 등 여러 분야에서 대통령이 해야 되는 정책이나 공약, 반대로 실천하면 안 되는 정책 등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방식도 좋았을 것 같습니다. 또 이번 대선에서 나타난 사전투표와 본투표의 정보 문제에 대한 분석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TV 예측 조사를 위해 사전투표 결과를 알아내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사전투표 정보가 지지층을 결집하거나 반대편을 공격하는 데 사용돼 본투표에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준웅 위원=인수위 관련 인사 기사를 많이 보도했는데 기사들을 보면 그 인사들이 어떤 보직을 거쳤고, 정치인 누구와 친하고, 주변에 신망이 높다는 식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런 표현은 독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인수위에 합류하는 인사들이 각각 정책적 사안에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와 이전에 썼던 칼럼이나 논문에서 했던 주장을 취재해 보도하면 좋겠습니다. ‘인수위 60일 이것만은 꼭 하자’ 시리즈도 행정 전문가 등의 논평 위주였습니다. 집권 초반에 어떤 사안을 중점 추진해야 하는지, 정책 중심으로 초점을 맞췄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김 위원장=1월 29일자 1면 <대선 민심 가를 설연휴, ‘李-尹 초박빙’ 출발> 기사는 지지율에 따라 크기를 달리한 4당 후보들의 인물 삽화와 후보들의 선거 키워드를 그래픽으로 게재해 한눈에 볼 수 있게 해줬습니다. 그런데 기사들은 대부분 양강 후보들의 주장을 소개하는 데 그치고 심상정 후보나 안철수 후보의 주장은 매우 적게 보도했습니다. 이 때문에 심 후보나 안 후보를 지지하는 소수의 유권자들은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에 양당 제도를 고착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월 10일자 ‘새 대통령에 바란다’로 한덕수 전 총리의 인터뷰를 실은 것은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진보 정권과 보수 정권에서 모두 일한 전문 관료로서 최고의 경험과 식견을 가진 분이기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넘어가겠습니다. 성 위원=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게 된다면 국제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까, 중국도 주변 국가에 대해 비슷한 행동을 하면 어떻게 되나 등의 문제를 심층 분석했으면 좋겠습니다. 또 전쟁으로 물건 값이 올랐다는 일반적 수준을 넘어, 지금과 같이 국제 금융시장에서 이자율도 올려야 되는 상황에서 전쟁 발생이 어떤 영향을 줬는지에 대해 과거 사례 등을 통해 분석하고 전망하는 기사들을 보도했으면 좋겠습니다.
류 위원=우리나라에 우크라이나 학생들도 많이 사는데 이들을 인터뷰해 우크라이나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 등을 보도해주면 좋겠습니다. 2월 28일자 A18면 <러, MZ세대 중심 반전시위 확산…세계 각국선 “전쟁 스톱” 목소리> 기사를 통해 전쟁에 반대하는 각국 청년들의 목소리를 보도했는데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우크라이나 침공 반대 집회도 많이 보도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최 위원=이번 전쟁이 새로운 개념인 하이브리드 전쟁이 되고 있다는 보도(2월 19일자 12면) 등을 통해 전쟁의 양상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독재가 일으킨 전쟁이라는 식상한 분석을 넘어 국제 사회의 스트롱맨들이 갖고 있는 특징을 분석해주면 좋겠습니다.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해서도 심층 보도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은경 위원=독일의 평화주의 전략, 러시아에 대한 독일의 에너지 의존이 푸틴 대통령의 전쟁 결심과 어떤 역학관계를 갖느냐 등에 대해 깊이 있는 분석 기사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3월 17일자 A28면 <중동 각국, 제각각 우크라 셈법…터키 “중재” 사우디 “제재 불참”> 기사는 흥미로웠는데, 중동뿐만 아니라 서방 각국의 입장과 셈법도 분석해 보도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준웅 위원=우크라이나 접경지대에서 특파원이 취재한 인터뷰 기사들이 좋았습니다. <국경의 피아노맨 “푸틴은 평화의 선율 들어라”>(3월 11일자 A25면)와 같은 기사들이 좋았는데, 한편으로는 전쟁을 너무 감상적으로 다룬다는 느낌도 있습니다. 전쟁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과 주요 국가들의 대응 방식과 같은 세계 경제 상황과 관련한 분석 기사들을 많이 보도해주면 좋겠습니다.
김 위원장=돈바스 지역 두 개의 신생공화국을 러시아는 독립을 승인했고 서방은 안 했습니다. 한국과 같은 분단국가가 통일을 하게 되면 국제적 승인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짚어봤으면 좋겠습니다. <해외도피 거절한 젤렌스키 “영토 지키겠다”>(2월 28일자 A3면)와 같은 기사는 감동을 줬습니다. 위기에 처했을 때 지도자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크게 이슈화했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3월 16일자 A5면 <권성동 “김오수, 스스로 거취 정해야”…검찰총장 퇴진론 논란> 기사는 양측 의견을 공평하게 보도했다고 봅니다. 다만 공정과 법치를 내세워 대통령이 된 윤석열 당선인의 주변 인물이 “우리와 뜻을 같이하지 않으니 나가라”고 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고 법치에도 어긋나는 일입니다. 이런 얘기는 자가당착인 만큼 엄중하게 지적했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와 함께 ‘이미 편향된 사람의 임기도 보장해줘야 하는가’의 문제도 법철학 차원에서 다룰 수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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