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3년 전 고발한 이 사건을 그동안 뭉개고 있다가 대선이 끝난 다음에 관련 기관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다운 수사를 시작했다. 교육부 등 다른 부처 산하 기관장에 대한 사퇴 압박 관련 수사로의 확대 조짐도 보인다.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올 1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구조가 동일하다. 김태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관의 폭로로 드러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 1심 유죄가 선고된 것은 1년여 전인 지난해 2월이다. 2심 유죄가 선고된 것은 6개월 전인 지난해 9월이다. 검찰은 재판 결과를 보면서도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뭉개고 있었다. 정권이 연장됐다면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난 지금도 사건을 뭉개고 있을지 모른다.
정권이 바뀌니 수사도 바뀌고 있다. 국민의 눈에는 수사를 깔아뭉개던 검찰이나 뒤늦게 수사를 재개한다고 나서는 검찰이나 같은 검찰이다. 문재인 정권의 눈치를 본 검찰이 잘못이냐 윤석열 차기 정권의 눈치를 보는 검찰이 잘못이냐를 따지기 전에 동일한 종류의 사건이 정권에 따라 수사가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하는 사태를 검찰은 부끄러워해야 한다.
다만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검찰이 수사 거리도 안 되는 걸 다시 수사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수사해야 함에도 하지 않던 것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수사를 할 때는 과거 수사 라인에 있는 누구 때문에 수사가 방해를 받았는지 검찰이 스스로 조사해 밝히고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그 수사가 국민 앞에 그나마 면목이 서는 수사가 되고 검찰 구성원에게는 자경(自警)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등 흐지부지 처리된 다른 권력형 비리들에 대한 수사 재개 여부도 조만간 가시화될 것이라고 한다. 다만 문 정권의 검찰이 박근혜 정권 공직자에게 적용한 직권남용 혐의 중 상당수가 법원에서 무죄로 확정됐다. 검찰의 수사 재개가 차기 정권 눈치 보기 식으로 이뤄져 정치 보복으로 해석될 또 다른 무리를 빚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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