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한 달 넘게 점령했던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의 소도시 부차에서 민간인 복장을 한 시신 100여 구가 묻힌 채 발견됐다. 시신들은 손과 다리가 뒤로 묶이고 머리 뒤편에 총알구멍이 나 있었다고 한다. 러시아군이 퇴각하면서 민간인을 살해한 뒤 암매장했다는 증거인 셈이다. 길거리와 역 인근에도 시신 수백 구가 흩어져 있었고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향해 보이는 대로 무차별 사격했다”는 증언도 쏟아지고 있다.
러시아의 민간인 학살은 국제인도법에 위배되는 전쟁범죄로서 어떤 이유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만행이다. 그 끔찍한 현장은 그런 말로 모자란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필사적 저항에 제동이 걸리자 전략 변경을 이유로 허겁지겁 철수하면서 추악한 범죄의 증거를 고스란히 남겼다. 침공 초기부터 병원 유치원 등 민간인 시설에 미사일과 폭탄을 투하했고 집속탄과 열압력탄 같은 금지무기를 사용해 지탄받은 러시아군이다. 그들은 어린아이를 차량 앞에 태워 인간방패로 쓰는가 하면 건물은 물론 시신에까지 부비트랩을 설치했다.
러시아군의 잔학 행위가 드러나면서 전 세계는 공분을 넘어 응징의 결의를 다지고 있다. 국제사회에선 유엔 차원의 진상 조사와 함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국제 체포영장 발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강화하고 러시아에 대한 강도 높은 경제 제재를 예고했다. 특히 미국은 러시아의 뒷배 역할을 하는 중국을 겨냥해 세컨더리 보이콧(제3국 제재)도 검토하고 있다.
전쟁은 그 자체로 재앙이다. 그런 전쟁을 권력욕에 눈이 먼 푸틴은 너무나 쉽게 시작했고 더럽고 비열한 잔혹극으로 만들었다. 악행의 대가는 반드시 치르게 해야 한다. 최선의 방법은 러시아를 패퇴시켜 국제법정에 세우는 것이지만 그 가능성은 미지수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물질적 정신적 응원이 절실한 이유다. 그러나 전쟁의 결말이 어떻더라도 국제사회의 전범 단죄 노력은 멈추지 않을 것이고 ‘학살자 푸틴’이란 오명은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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