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철수일까 계략일까[임용한의 전쟁사]〈206〉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5일 03시 00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물러나고 있다. 상당한 병력이 국경을 넘어 벨라루스로 들어갔다. 종전을 위한 제스처일까? 아니면 더 이상 전투를 지속하기 힘들 정도로 전력이 손실된 군대를 재정비하고 휴식을 취하려는 의도일까? 재정비 후에는 다시 키이우를 공격할까? 아니면 키이우 방면은 우크라이나군 병력을 묶어 두는 정도에 만족하고, 돈바스와 크림반도를 잇는 동부전선에 병력을 집중하려는 계략일까? 후자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계략을 더한다면 동부의 전략 요충에 병력을 집중하는 한편 서부전선에서는 점령 지역에서 물러나면서 우크라이나군을 분산시키고, 특정 지역으로 우크라이나군을 유도해 결전을 추구할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1라운드는 우크라이나군의 선전과 러시아군의 낭패로 끝났다. 러시아군의 계략도 성공하기 쉽지 않다. 우크라이나군과 서방은 계략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고, 휴식기에 병력과 무기를 보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의 체력 회복보다 우크라이나군의 강화가 더 빠를 수 있다. 어쩌면 소강기 이후에 동부전선에서 지금보다 더 치열한 격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러시아군이 저토록 형편없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는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눈에 띄는 이유 중 하나는 조직력 부족이다. 일단 전략적으로 산만하고 전력이 너무 분산됐다. 통합지휘부와 통일된 전략이 없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공군과 육군, 기갑과 보병, 제병 협동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군을 너무 얕본 탓일까? 실전 경험 부족일까? 푸틴의 독선 때문일까?

독재국가 군대의 전형적인 특징이 협력 부족이다. 얼핏 그 반대일 것 같다. 강력한 권력이 군을 일사불란하게 만들지 않을까? 퍼레이드에서는 그렇다. 하지만 부당한 권력일수록 군의 단합을 경계한다. 지휘부를 나누고, 장군들을 서로 견제하게 하고, 부대를 이격시킨다. 전쟁의 승패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체제의 건강성이 이래서 중요하다. 정치가 군에 무관심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치논리가 과도하게 개입하면 군은 반드시 약해진다.
#러시아군#철수#계략#키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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