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어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을 위한 360억 원의 예비비 지출을 의결했다. 윤석열 당선인 측이 당초 제시한 496억 원보다 136억 원 적은 액수지만 정부는 진행 상황을 보며 추가 비용도 협의하기로 했다. 윤 당선인 측은 “5월 10일 용산 새 집무실에서 일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지만 대통령 취임일까지 집무실 이전 작업이 완료되기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정부의 예비비 의결로 그간 신구 권력 간 극한 대립까지 낳았던 집무실 이전 논란이 마무리되면서 양측 갈등은 일단 한 고비를 넘기게 됐다. 이에 따라 한국 대통령 권력의 ‘청와대 시대’를 끝내고 ‘용산 시대’를 열기 위한 집무실 이전 작업이 본격화된다. 당선인 측은 “밤을 새워서라도 이전한다”며 취임과 함께 새 집무실에서 업무를 개시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그만큼 새 정부의 용산 시대 개막에 큰 상징성을 부여하고 싶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럼에도 취임을 한 달밖에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집무실 이전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당선인 측도 현실적으로 이전이 6월에야 완료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대통령실의 핵심 공간인 집무실과 국무회의실이 마련될 국방부 1∼4층은 상반기 한미 연합훈련 때문에 이달 말에나 이사를 시작하는 만큼 10여 일 만에 집무 여건을 완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 때문에 윤 당선인이 임시로 통의동 사무실에서 집무를 시작할 수 있고, 대통령 관저도 당분간 서초구 자택을 이용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새 정부 초기엔 으레 곳곳이 어수선하기 마련이지만 윤석열 정부는 이삿짐 보따리를 옮기는 북새통에 임기를 시작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국가안보를 비롯한 국정의 공백과 혼란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새 정부는 내각 구성도 마치지 못한 채 출범할 수도 있다. 국정 컨트롤타워인 대통령실이 임기 초부터 제 기능을 해야 하는 이유다. 대통령 집무실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우왕좌왕 첫발을 떼는 불안한 출발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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