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 학살을 자행한 러시아가 유엔인권이사회에서 퇴출됐다. 유엔은 7일 긴급 특별총회를 열어 러시아의 인권이사회 이사국 자격을 정지하는 결의안을 찬성 93표, 반대 24표, 기권 58표로 가결했다. 러시아군의 추악한 만행이 부른 세계적 공분의 결과다. 2011년 반정부 시위를 폭력 진압한 리비아에 이은 두 번째 자격 박탈이지만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 유엔 산하기구에서 쫓겨나기는 러시아가 처음이다.
이번 결의안 통과는 러시아에 전범국가라는 치욕을 안기고 세계로부터 고립시켜 힘을 소진시키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만들어낸 성과다. 서방 국가들은 더 강력한 제재로 러시아를 옥죄고 있다. 미국 의회는 러시아에 대한 최혜국 대우를 박탈하는 무역법안을 통과시켰고, 유럽연합(EU)도 러시아산 석탄 금수에 합의했다. 아울러 세계무역기구(WTO)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는 물론 주요 20개국(G20) 같은 국가협력체에서의 퇴출도 추진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선 막강한 권한을 가진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도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는 지금의 안보리 체제에선 불가능하다. 나아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비롯한 학살 책임자를 국제 전범재판에 세우는 것도 러시아군이 패퇴하고 푸틴 정권의 붕괴로 이어지지 않고선 기대하기 어렵다. 보편적 가치가 물리적 힘을 이겨낼 수 없는 국제정치의 어처구니없는 현실인 것이다.
그렇다고 국제사회가 단죄 노력을 멈출 수는 없다. 러시아의 침공 자체가 국제사법재판소(ICJ)가 규정한 침략 범죄이고, 무차별 폭격 자체가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단죄할 반인륜 범죄다. 민간인 학살의 명백한 증거는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전범 법정에 세우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조사와 기소를 통해 러시아의 악행을 폭로하고 푸틴 옹호세력을 부끄럽게 만들어야 잔학 행위의 재발도 막을 수 있다. 더욱이 역사의 법정에는 시효가 없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