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는 올해 초부터 기업들이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성장하려는 노력을 뜻하는 ‘넷 포지티브’와 관련해 해외 기업과 국내 기업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이달 1일엔 삼성전자와 충남 금산군의 한 홍삼 제작·판매 업체의 상생 사례를 기사로 담았다. 구멍가게 구석에서 솥단지 하나 놓고 홍삼즙을 만들던 업체가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미국 아마존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기사가 신문에 게재된 1일 이 업체의 온라인 주문량은 평소의 10배 수준으로 늘었다. 상황을 미처 예상치 못해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지원센터로부터 전화가 한 통 걸려 왔다. 주문이 늘었을 텐데 상품 배송에는 문제가 없냐는 전화였다. 당일 삼성전자는 기존에 일하던 2명에 더해 직원 1명을 추가로 투입했다. 이튿날은 토요일이었음에도 삼성전자 직원 5명이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상품 포장과 택배 발송을 도왔다. 삼성전자 측은 “한 번 파트너십을 맺었으니 어려움이 생기면 언제든 얘기해 달라”고 했다.
이 사실은 홍삼 업체의 대표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고마움을 알리며 외부에 알려졌다. 회사 대표의 큰딸인 김한나 실장은 “고마움을 표할 때마다 삼성전자는 우리가 성장해 도움이 필요한 다른 회사들에 다시 도움을 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한다”며 “따로 교육받지 않아도 기업가 마인드를 생기게 해줘 감사하다”고 했다.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지원센터는 금산의 홍삼 업체처럼 작은 기업들의 공정을 효율화 해 생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부서다. 약 200명의 직원들이 2015년부터 2819개의 회사를 지원해 오고 있다. 이들이 가내수공업 수준의 소기업을 스마트공장으로 ‘진화’시키려는 이유는 단순한 호의뿐만이 아니다. 지역의 작은 기업들이 살아나야 경제 모세혈관이 튼튼해지고 결과적으로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들이 성장할 토대가 마련된다는 판단에서다.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이 기업 사이에서 화두가 되며 이 같은 기업의 상생 활동은 하나의 트렌드가 된 지 오래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MZ세대 10명 중 6명은 가격과 무관하게 ESG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겠다고 밝혔다. ESG는 이제 경영의 필수 요소가 된 셈이다. 현대자동차, SK, LG, 한화 등 다른 대기업들도 앞다퉈 친환경 투자와 상생 경영에 나서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기업의 상생 활동을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한 홍보전략으로 깎아내리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금산의 홍삼 업체처럼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경제 현장 깊숙한 곳에서는 이미 대기업 ESG 경영의 직접적인 혜택을 보는 소기업들이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대기업들의 상생 전략이 변두리가 아닌 중심 가치로 확고하게 자리 잡아 소비자들의 인식이 개선되고 뿌리경제도 더욱 살아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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