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검찰 간부 A 씨는 “원래 모든 공무원은 친정부일 수밖에 없는 거 아니냐”며 이같이 말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갈등을 빚던 시절 이 간부는 추 전 장관 편 인사로 평가됐다. A 씨 외에도 이른바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됐던 인사들이 대선 이후 “내가 왜 친정부 성향이냐”라고 주변에 항변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2. 한편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돼 줄줄이 좌천을 당했던 검찰 간부 B 씨는 최근 주변에 “내가 뭘 더 하겠냐. 한적한 지방으로나 갔으면 좋겠다”고 말한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지인들에게 전화를 돌리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법무부 장관 및 검찰총장 인사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내심 다음 인사에서 중용되길 기대하는 것이다.
대선 이후 검찰 간부 인사를 앞두고 벌어지는 모습이다. 윤 당선인과 가까웠던 인사와 윤 당선인에게 등을 돌렸던 인사들이 엇갈린 운명에 놓인 것이다. 정치권처럼 점령군과 패잔병으로 갈리는 모습이 제3자가 보기에 개운치는 않다.
예전 정부에선 검찰에 대해 친정부, 친정권 성향이라는 표현 자체가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권력의 의중을 파악하고 특정인에 대한 수사를 과도하게 진행해 중립성과 공정성 논란에 휘말린 적은 많았지만 검사동일체 원칙이 지켜지면서 내분을 겪는 일은 많지 않았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A 씨 말처럼 검사 모두가 ‘친정부 검사’였던 셈이다.
문재인 정부 초기 중용된 윤 당선인에게도 업보가 있다. 그는 기수를 초월해 파격적으로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에 임명됐다. 이후 자신과 인연이 있는 특수부 검사들을 중용하며 ‘윤석열 사단’을 만들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수혜자였던 윤 당선인은 2019년 7월 총장 취임 이후 현 정부를 향해 칼을 뽑았다. 현 정부는 그를 고사시키기 위해 인사를 통한 보복과 박해를 자행했다. 그 결과 인사평정과 커리어에 따른 검찰 인사 시스템은 붕괴됐고 내부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이제 관심은 새 정부 출범 후 법무부와 검찰 인사에 쏠려 있다. 비정상의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여론도 있지만 “다시 피바람이 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확실한 건 정권이 바뀐 후 ‘친정부 성향’이었다고 중간 간부나 평검사들에게까지 광범위하게 ‘부역자’ 프레임을 씌워 한직으로 내몰면 다시 정치 보복이 반복될 뿐이라는 점이다.
새 법무부 장관 인선과 김오수 검찰총장의 교체 여부를 판단할 때 무엇보다 내부 통합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검찰 간부 인사에서도 친정부와 반정부로 갈라치기 하기보다 능력에 따른 중립적 인사를 통해 내분의 후유증을 극복해야 한다. 나아가 ‘친정부 검사’라는 표현이 더 이상 회자되지 않고, 궁극적으로 어느 정권에도 치우치지 않는 검찰을 만드는 것이 윤 당선인이 시도해야 할 검찰 개혁의 목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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