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언 땅이 녹고, 우리 체온도 덩달아 높아진다. 갑자기 체온이 높아지면 기혈이 허해지면서 몸이 노곤함을 느낀다. 추위에 익숙해진 몸이 따뜻한 환경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이때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 봄나물이 지닌 쌉싸름한 맛이다. 쌉싸름한 봄나물은 체온 조절을 돕는 것을 기본으로 여러 약리 작용도 지니고 있다.
봄철에 힘이 없고 관절 마디가 아픈 이들에게는 두릅을 추천한다. 두릅은 관절의 통증과 부기 완화에 도움이 된다. 작은키 나무에 난 새순을 ‘참두릅’이라 하고, 여러해살이풀의 새순을 ‘땅두릅’, 엄나무의 새순을 ‘개두릅’이라고 한다. 참두릅은 맛과 식감이 상대적으로 부드러워서 먹기에는 가장 좋고, 땅두릅은 좀 질기지만 약성이 더 좋다. 개두릅은 몸을 보하는 작용이 가장 약하지만, 어혈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류머티스 관절염으로 저림증이 있는 분들이 즐겨 먹으면 도움이 된다.
봄이 와도 몸은 아직 겨울과 같은 상태에 머물러 있어 손발이 차고 혈액순환이 안 된다면, 기회가 될 때마다 달래를 마시길 권한다. 달래는 ‘작은 마늘’이라는 뜻의 ‘소산(小蒜)’이라고 해서 마늘과 함께 양기를 돋우는 보양(補陽) 작용과 기초체온을 올리는 데 효과가 있다. 단, 소양인이나 열이 많은 체질, 급성 염증이 있거나 갱년기로 열이 많이 오르는 경우 많이 섭취하면 두통, 눈 충혈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냉이는 침침한 눈을 밝게 하는 데 특히 좋은 나물이다. 냉이는 제채(薺菜)라는 약재로도 사용돼 왔는데 청간명목(淸肝明目) 효능이 있어서 눈이 피로하고, 충혈되고, 안구건조증이 있을 때 먹으면 좋다. 카로틴 성분이 풍부해 망막과 신경을 보호하며 안구 노화 방지에도 도움이 된다. 지금 이 시기에 많이 사서 건조한 후 소분해서 보관했다가 된장국에 넣고, 냉이차로 마시면서 1년 내내 섭취해도 좋다. 단, 자궁수축작용이 있어서 임산부는 냉이차를 과음하면 안 된다. 칼슘 함량이 높기 때문에 결석이 있는 사람도 과잉 섭취를 피해야 한다.
봄에 흐드러지게 핀 꽃이 예쁜 유채는 파혈행기(破血行氣) 작용 즉, 혈액순환 효능이 있는 나물이다. 또한 글루코시놀레이트 성분이 풍부해서 전립샘비대증을 예방하는 데도 좋고, 부어서 결절이 된 것을 풀어주는 효능이 있어서 치질, 치루 환자분들께도 추천한다.
우리 조상들은 봄나물을 챙겨 먹으며 긴 겨울 웅크렸던 몸과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요즘 시장이나 마트에 가면 냉이, 달래, 쑥, 씀바귀 등으로 봄내음이 가득하다. 파릇파릇한 봄나물로 건강 밥상을 차려 보면 어떨까.
※ 정세연 한의학 박사는 음식으로 치료하는 ‘식치합시다 정세연 한의원’을 운영하면서, 유튜브 ‘정라레 채널’을 통해 각종 음식의 효능을 소개하고 있다. 4월 기준 채널 구독자 수는 약 60만 명이다.
정세연 박사의 ‘꼭 먹어야 하는 봄나물 종류. 그 효능과 주의점’(https://youtu.be/SeOqM7peG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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