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경북대병원 고위직에 있을 때 두 자녀가 이 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이를 활용해 경북대 의대에 편입학한 사실이 확인됐다. 정 후보자가 병원 부원장이던 2017학년도 편입 시험에서는 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를 졸업한 딸이, 병원장으로 승진한 후인 이듬해 전형에서는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나온 아들이 합격했다. 두 자녀는 2015년과 2016년 경북대병원에서 봉사 활동한 내용을 지원서에 기재했다고 한다.
의대 편입은 의학전문대학원 폐지 후 의전원을 준비하던 학부 졸업생들을 위해 2017년부터 4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된 제도다. 정 후보자의 자녀는 아버지가 부원장인 대학병원에서 봉사활동 스펙을 쌓아 그 대학 의대에 들어갔으니 누가 봐도 ‘아빠 찬스’를 썼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의 아들은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 등재 논문 2편에 학부생으로는 유일하게 공동 저자로 참여한 사실을 지원서에 적어내 ‘아버지 인맥’ 활용 의혹도 제기됐다. 이 정도면 수사 대상이라는 주장이 나올 법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입시 비리 수사를 계기로 정권을 잡은 정부가 입시 비리 의혹의 당사자를 장관 후보로 내세웠다니 그 무신경함이 놀랍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능력 위주의 조각을 강조하지만 의료계에서도 정 후보자 인사 소식에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이 많다. 경북대병원 부원장 시절엔 병원장 허가 없이 새마을금고 이사장직을 겸직해 교육부의 경고 처분도 받았다. 어렵지 않게 걸러낼 수 있는 결격 사항들을 인사 검증에서 못 잡아냈다면 문제이고, 걸러내고도 윤 당선인의 ‘40년 지기’여서 제동을 못 걸었대도 문제다.
정 후보자 측은 “특혜는 없었다. 청문회를 통해 설명하겠다”고 밝혔지만 후보직에서 물러난 후 의혹을 벗는 것이 순리다. 의대 입시 비리는 대입 제도의 공정성과 의료 인력 양성 체계의 신뢰성을 뒤흔드는 중대 범죄다. 정부는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고 그에 맞는 책임을 물어 ‘공정과 법치’의 국정철학 이행에는 대통령의 오랜 친구도 예외가 아님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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