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한 것을 놓고 여야가 정면충돌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당선인의 인사 사유화, 국정 사유화 인식이 불러온 참극”이라며 한 후보자를 ‘낙마 1순위’에 올려놓았다. 정의당은 “지금은 폐기된 검사동일체를 더욱 강력히 되살려 아예 대통령검사동일체를 꾀하는 모양새”라며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당에서 철저히 뒷받침하겠다”고 맞섰다.
민주당이 한 후보자를 ‘소통령’ ‘왕(王)장관’ ‘2인자’로 부르며 총공세에 나선 것은 법무부의 권한 강화 움직임과 맞물려 있다. 윤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폐지되면 고위 공직자의 검증 업무와 국가 사정(司正) 컨트롤 타워가 법무부로 이관된다. 법무장관은 직권으로 상설특검을 발동함으로써 수사에 관여할 수 있고, 인사권과 감찰로 검찰을 통제할 수 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검수완박법’이 통과되면 검찰 수사를 대신할 ‘한국형 FBI’는 법무부 산하로 갈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선 법무장관이 내각의 핵심일 수밖에 없는데, 윤 당선인의 ‘복심(腹心)’인 한 후보자가 지명됐으니 권한 집중에 대한 우려가 더 커졌을 것이다.
윤 당선인은 이번 조각(組閣) 과정에서 법무장관에 정치인 배제 원칙을 세웠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 사무를 관장하는 법무장관의 정치적 중립이 절실하다는 명분에서다. 문재인 정부 때 정치인 법무장관들의 부작용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윤 당선인의 의지이기도 했다. 한 후보자는 정치인은 아니지만 어떤 정치인보다 윤 당선인과 가까운 사이다. 이렇게 되면 정치적 중립 의지가 있다고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한 후보자는 “검수완박은 야반도주” 등 날선 발언을 하고 있지만 한 후보자가 앞장서면 윤심(尹心) 논란으로 여야 갈등만 부추길 것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한동훈 리스크’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를 되돌아 봐야 한다. 이명박 정부 때 ‘왕차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은 이권 개입 혐의로, 박근혜 정부 때 ‘왕수석’ 우병우 전 민정수석비서관은 국정농단을 묵인한 혐의로 각각 수사를 받았다. 과거 실세들의 권력 남용으로 정상적인 국정 시스템이 붕괴되면서 정권의 몰락이나 레임덕을 재촉했던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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