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경제 원팀’ 멤버인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내정자,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는 관료 출신일 뿐 아니라 대기업 사외이사를 지낸 공통점도 있다. 행정안전부의 이상민, 환경부의 한화진 등 사회부처 장관 후보자 역시 사외이사를 지냈다. 초대 내각 수장 후보 4명 중 1명꼴로 공직 생활 후 사외이사를 하다가 다시 공직으로 들어오는 ‘회전문’을 거치게 됐다.
▷사외이사 회전문 인사로 이해충돌 문제가 빈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이들이 민간에서 적지 않은 금전적 보상을 받았던 만큼 공익과 사익이 부딪히는 이슈가 생길 때 족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모 후보자는 “사외이사와 장관의 역할은 다른 영역”이라고 항변했지만 여론은 우호적이지 않다. 한 여론 조사에서 응답자의 63%는 전관의 사외이사 재직 관행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관료들은 부인하고 싶겠지만 국민들은 회전문 인사에서 관경유착(官經癒着)의 그림자를 보고 있다.
▷전관들이 후배 공무원들을 만난다고 반드시 노골적인 민원을 하는 건 아니다. 식사자리에서 근황을 묻고 나중에 운동이나 한 번 하자는 잡담이 대부분이지만 그 간단한 만남으로도 충분한 로비가 된다. 선배 공무원이 민간에서 터를 잘 닦아두겠다는 뉘앙스를 풍기면 후배 공무원이 퇴임 후를 생각해 서로 돕는 공생관계가 하루 이틀 된 게 아니다. 공직자윤리법을 아무리 강화해도 ‘관피아’의 단단한 연결고리를 끊기에는 역부족이다.
▷최고위직만 보면 사외이사 회전문이 심각해 보이지만 전체 공무원 사외이사 비중은 오히려 줄고 있다. 경제개혁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대기업 상장회사의 사외이사 중 공무원 비중은 2020년 기준 18.7%로 11년 만에 최저였다. 부처별로 경제, 금융, 조세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은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전관들만 골라 영입하는 추세다. 일부 관료는 표시가 잘 나지 않는 중소기업 사외이사를 하며 경력을 관리하기도 한다.
▷전직 관료들이 민간에 재취업해 경험을 공유하는 것 자체를 백안시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고위직을 지낸 뒤 기업에서 많은 돈을 벌고 다시 장차관으로 돌아오는 회전문 인사가 당연시될 때 생긴다. 온갖 혜택을 누리면서도 희생하지 않고 자기 합리화에만 급급한 고위 공직자가 한국 사회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도 저서 ‘특혜와 책임’에서 돈을 벌려고 관리가 된 사람은 예외 없이 자리를 탐하면서 돈도 그리워한다고 비판했다. 이런 불신 상태로는 ‘겸손하게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는 새 정부의 약속도 지켜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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