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지방선거가 40여 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야 대진표 확정은 늦어지고 있다. 대선 연장전을 치르려는 듯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정권교체기 여론 흐름을 살피는 데만 급급한 모습이다. 어떤 큰 그림을 갖고 선거에 임하겠다는 건지 알 수 없다. 눈길 끄는 지방 공약 하나 찾아보기 힘들다. 1995년 지방선거 전면 시행 이래 이번처럼 관심이 시들하고 지역 일꾼을 뽑는다는 지방선거 고유의 의미가 퇴색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이번 지방선거에선 17개 광역단체장과 226개 기초단체장, 이들을 감시 견제할 광역·기초의원들을 뽑는다. 17개 시도교육감 선거도 함께 실시된다. 한마디로 지방권력과 교육권력의 향배가 달려 있는 중요한 선거다. 어느 쪽이 승리해 어떤 풀뿌리 지방행정, 교육행정을 펼치느냐는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 못지않게 해당 지역 국민 개개인의 실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공천 과정부터 윤석열 당선인과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의 대리전으로 가는 듯한 양상은 유감이다. ‘윤심(尹心)’ ‘이심(李心)’ 논란으로 여기저기 공천 파열음이 일고 있다. 후보 확정도 늦어지고 있다. 그 이면에 당내 세력 간 주도권 다툼이 깔려 있음을 물론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신의 측근을 광역단체장 후보로 공개 지지하면서 때 아닌 ‘박심(朴心)’ 논란까지 겹쳐졌다. 새 정부 출범도 맞물려 있는 탓에 중간평가 성격이 강했던 과거 지방선거와 상황이 다를 수는 있다. 그렇다 해도 이번처럼 후보도 공약도 잘 보이지 않는 ‘깜깜이’ 상황은 정상이라 할 수 없다.
지방 정치가 중앙 정치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지만, 지나치게 중앙 정치에 예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실제로 과거엔 각 정당이 서로 좋은 후보를 내려 영입 경쟁을 벌이기도 하고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공약으로 승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제라도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 후보를 속히 정하고 지방 비전 경쟁에 나서야 한다. 대선에서 이긴 쪽이든 진 쪽이든 적당히 ‘대선 후’ 여론에만 편승하려 했다간 말없는 국민의 호된 심판에 직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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