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의대 편입학 및 아들 병역 특혜 의혹이 제기된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어떠한 부당 행위도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의혹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대학 총장 재직 때 이른바 ‘금수저’ 학생들을 전수 조사한 사실이 논란을 빚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부인의 그림을 일부 기업들이 고가에 매입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이 밖에도 일부 국무위원 후보자들의 부적절한 사외이사 재직 경력 등 첫 조각 인선을 둘러싼 논란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과연 후보자들에 대해 사전에 충분한 인사 검증이 이뤄졌는지 의문이다. 정 후보자는 장관 후보 지명 이틀 전 밤에 인수위원회로부터 연락을 받았고, 하루 전에 검증동의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검증동의서를 제출한 다음 날인 1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정 후보자 지명을 발표했다. 단 하루 동안 검증을 했다는 이야기다. 지금 쏟아지고 있는 의혹들을 제대로 검증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정 후보자만 이런 식의 부실한 검증 과정을 거쳤겠는가. 다른 후보자들에 대한 검증도 졸속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인수위는 과거 인사 검증 경험이 있는 검찰과 경찰, 국세청 관계자를 파견 받아 별도의 인사검증팀을 구성했다. 5년 내내 부실 검증으로 논란이 됐던 문재인 정부보다 훨씬 구체적인 검증동의서를 준비해 놨다고 자신했다. 대통령직인수위법 개정으로 이번 인수위부터 현 정부의 인사기록과 인사관리시스템을 열람할 수 있고, 정 후보자의 검증 때 박근혜 문재인 정부의 검증 자료를 활용했다고 인수위가 스스로 밝혔다. 검증 환경이 더 나아졌는데도 검증에 구멍이 난 것은 윤 당선인의 의중에 맞게 검증 시늉만 냈기 때문 아닌가.
윤 당선인은 ‘40년 지기’인 정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부정(不正)의 팩트가 확실히 있어야 하지 않나”라며 아직 거취를 결정할 단계가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입시와 병역에서 ‘아빠 찬스’를 썼다는 정 후보자 자녀에 대한 의혹은 사실이라면 중대 범죄여서 수사 대상에 해당한다.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생긴 이후 고위공직자의 도덕성에 대한 국민 눈높이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공정과 상식을 앞세운 윤 정부는 시대 변화에 맞게 검증 기준을 더 높이고, 철저한 시스템 검증을 통해 공직 후보자를 골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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