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는 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가 초청됐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9년 나토가 창설된 이후 한국과 일본은 물론 호주와 뉴질랜드 등 미국의 비(非)유럽 동맹국이 이 회의에 초대된 것은 처음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우리는 나토와 아시아태평양 파트너들의 더 강력한 연대를 구축하고 있다”며 “유럽과 아시아, 나토와 아시아태평양 파트너들의 더 강력한 결합과 협동, 협력은 우리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릴 나토 정상회의까지 완수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올 6월까지 나토와 미국의 인도태평양 동맹국 간의 연대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의미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나토와 아시아 블록을 연계하려는 것은 중국 견제를 위해서다. 나토는 올해 개정할 나토 전략지침에 중국의 위협을 반영할 계획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확보한 나토 결집을 아시아로 이어오겠다는 구상이다.
나토의 중국 견제 동참은 유라시아를 잇겠다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을 차단하는 상징적인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중간 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은 5월 중순 아세안(ASEAN)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한미 또는 한미일 정상회담, 미국 일본 호주 인도 안보협력체 쿼드(Quad) 정상회의, 6월 나토 정상회의로 이어지는 연쇄 외교 행보에 나선다. 이를 통해 최대 전략적 경쟁자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신(新)냉전’ 동맹국 규합을 과시하려는 복안이다.
하지만 워싱턴에선 갈수록 거칠어지는 중국에 대한 ‘레토릭(정치적 수사)’과는 대조적으로 바이든 행정부 외교의 무게중심이 아시아로 옮겨 오고 있느냐를 두고는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바이든 행정부가 내놓은 ‘인도태평양 전략서’에서 올 1분기(1∼3월) 공식 절차를 시작하겠다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는 아직 첫발도 떼지 못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남아시아 확장을 막을 핵심 동맹으로 지목한 인도는 러시아 제재 동참 문제를 두고 파열음을 내고 있고, 미국 안방이던 남태평양은 중국이 솔로몬제도와 안보협력을 맺으면서 허를 찔렸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가 불가피해지면서 미국 일각에선 아예 “아직 미국의 핵심 이익은 유럽에 있다”는 회귀론마저 나온다. 로버트 게이츠 전 미 국방장관이 지난달 30일 한 화상 대담에서 “미국은 중국 혹은 아시아에 치우친 전략이 아닌 전 세계에서 미국의 역할과 관련한 글로벌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미국의 ‘피벗 투 아시아(아시아로의 회귀)’가 늦춰질수록 북핵 이슈 대응은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워싱턴 소식통은 “바이든 행정부가 단기간에 거둘 수 있는 외교적 성과를 고려하면 국제 유가(油價)와도 밀접한 이란 핵협상 복원, 우크라이나 전쟁에 우선순위가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북한 문제는 미중 갈등의 종속변수화(化)하고 있다”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에선 연일 새 정부 출범 이후 한미 관계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다음 달이면 새 정부 첫 한미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그리는 새 국제질서에서 외교 입지를 넓히는 것만큼 한반도 긴장을 낮추기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는 일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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