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역대급 여소야대 환경인 데다 윤석열 당선인은 과거 ‘3김 시대’의 김영삼·김대중 대통령 같은 ‘정당 보스’도 아니다. 여당 의원들조차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할 때만 조건부로 윤 정부를 지원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 당선인의 성공적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고잉 퍼블릭(Going Public)’이 필수적이다. 미국의 정치학자 샘 커넬에 따르면 대통령이 높은 지지율로 ‘반대=정치적 손해’라는 압박을 할 수 있어야 여야의 협조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언론도 지지율 높은 대통령에 대한 과도한 비판은 구독률과 시청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부담스럽다. 높은 지지율이야말로 대통령의 핵심 정치 자산이다. 당연히 ‘포퓰리즘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선거 때는 ‘민심’이고 지금은 ‘포퓰리즘’이라는 이중적 인식도 곤란하다.
문재인·박근혜 두 대통령도 국민의 높은 지지 속에 출발했지만 끝은 초라했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됐고 문 대통령은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최초의 대통령으로 남게 됐다. 두 전임자가 윤 당선인에게 던지는 교훈은 무엇일까.
필자는 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박·문 두 대통령의 지지율 조사 288개와 970개를 취합해 각 조사기관의 고유한 경향성을 보정한 후 대통령 지지율을 추정했다. 여기에 ‘전환점 분석(Change Point Analysis)’이라는 통계 기법으로 지지율의 주요 변곡점을 찾아보았다.
모든 대통령 지지율의 특징은 임기 동안 지속적으로 하락한다는 점이다. 탄핵 정국에서 역대 최고의 지지율로 출발한 문 대통령조차 ‘지지율 하락의 법칙’을 비켜 가지는 못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몇 번의 큰 계기를 거치며 하락했다. 우선 2017년 7월 초까지 취임 후 3개월가량 80% 안팎의 ‘초현실적’ 수준을 유지했던 문 대통령 지지율은 ‘586 청와대’로 대표되는 인사 등으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대선 승리감에 도취한 이념 인사가 독이 된 것이다.
2018년 6·13지방선거 압승으로 반등하는가 했던 문 대통령 지지율은 오히려 지방선거 직후인 2018년 6월 말부터 급락하기 시작해 같은 해 12월 초에는 50% 선이 무너졌다. 5월 첫째 주(79.4%) 대비 6개월 만에 무려 30%포인트 하락이었다.
이 시기 ‘적폐청산’의 대표적 정책들이 구체화됐다. 지방선거에서의 압승은 문 대통령에게 ‘적폐청산’을 위한 ‘프리패스’를 받았다는 착각을 하게 했다. 역설적이지만 지방선거 압승이 오히려 문 대통령에게 독이 된 것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과 관련한 각종 논란에도 40∼50%대 초반에서 등락을 거듭하던 문 대통령 지지율은 성공적인 초기 코로나 방역과 지원금 지급 등으로 급반등했고 2020년 4월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다시 60%대를 회복했다.
그러나 총선 승리는 무리한 검찰개혁이라는 또 다른 ‘독선’을 싹트게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 당선인에 대한 압박이 극에 달했고 지지율 하락을 촉발했다. ‘부동산 적폐’를 겨냥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불도저식 규제가 초래한 부동산 가격 급등도 지지율 하락에 크게 기여했다. 이 역시 총선 승리에 기인한 독선의 늪에 빠진 결과다.
박 전 대통령은 어땠을까. 박 전 대통령 몰락의 직접적 계기인 태블릿 PC 사건 이전에도 이미 분명한 전조 증상은 있었다. 계량적으로는 2016년 3월 15일과 4월 11일, 두 개의 변환점이 존재했다. 이는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옥새 런’으로 대표되는 새누리당 공천 갈등이 극에 달한 시기다. 무리하게 국회를 자기 사람들로 채우려 한 박 전 대통령의 ‘독선’이 자초한 탄핵의 서막이었다. 당시 민주당의 낮은 지지율로 인한 새누리당 내부의 ‘근자감’도 한몫했다.
윤 정부 성공을 위해서는 ‘지지율 하락의 법칙’을 최대한 지연시켜 조용히 핵심 정책 과제들을 추진할 시간을 벌어야 한다. 각종 선거의 승리감에 도취해 독선에 빠지고, 지지율 하락을 자초해 국정동력을 상실한 전임 대통령들의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