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반드시 빛나는 모습만을 보이는 건 아니다. 그들 중에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좋지 않은 모습으로 남겨지는 이도 많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이 상대하게 될 우루과이 간판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35)도 좋지 않은 이미지를 지닌 선수 중 한 명이다.
수아레스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이탈리아와 경기 중 상대 선수 조르조 키엘리니(38)에게 달려들어 어깨를 깨물었다. 그의 기괴한 행동에 대해 국제축구연맹(FIFA)은 “수백만 명의 시청자가 보고 있는 가운데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며 수아레스에게 당시까지 월드컵에서 나온 최장인 9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내렸다. 더불어 4개월간 축구와 관련된 모든 활동을 금지했다. 수아레스는 ‘핵 이빨’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수아레스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때도 ‘신의 손’ 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수아레스는 가나와의 8강전에서 1-1이던 연장 후반 가나의 결정적 슈팅을 손으로 막았다. 수아레스는 퇴장당하고 가나가 페널티킥을 얻기는 했지만, 페널티킥을 실축한 가나는 승부차기에서 우루과이에 져 4강 진출에 실패했다. 결과적으로 수아레스의 핸드볼 반칙이 우루과이 승리의 계기가 됐다. 가나로서는 승리를 도둑맞은 듯한 기분이었을 텐데 수아레스는 “나는 가치 있는 퇴장을 당했다”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해 가나 팬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한국 팬들에게 서운한 감정을 남긴 선수로는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를 빼놓을 수 없다. 이탈리아 유벤투스 소속이던 호날두는 2019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 프로축구 K리그 올스타 선수들과 유벤투스 선수들 간의 친선경기 때 그라운드에 나서지 않아 실망감과 분노를 일으켰다. 그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던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이름을 부르며 뛰어주기를 바랐지만 그는 외면했다. 호날두는 이에 앞서 중국에서 열린 경기에서는 풀타임으로 뛰었지만 한국에서 열린 경기에서는 출전하지 않았다. ‘호날두 노쇼’ 사건으로 불린 이 일은 호날두가 한국 팬을 무시한 것으로 받아들여졌고 안티 팬이 급증했다. 호날두는 요즘도 구설에 오르고 있다. 현 소속팀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동료들에게 자신을 중심으로 플레이해 줄 것을 요구해 팀워크를 해친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최근에는 EPL 경기를 마친 뒤 자신의 사진을 찍으려던 14세 소년의 휴대전화를 내리쳐 많은 비난을 받았다.
월드컵 말고 다른 경기에서도 선수들을 깨물었던 수아레스는 자신의 깨물기 습관을 두고 해외 언론을 통해 “경기 중 상대를 발로 차거나 주먹으로 치는 것과 비슷하다”고 했다. 그는 “나를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이런 행동은 방어적이라기보다는 공격적으로 보인다. 또 수아레스는 승부욕이 지나칠 정도로 강해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는 자신의 행동이 가져올 파장을 의식하지 못할 만큼 흥분한다고도 했다. 이런 상태에서 자제하지 못한다면 ‘신의 손’보다 더한 일도 저지를 수 있을 것이다.
호날두는 한국에서 경기에 나서지 않은 이유에 대해 몸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철저한 몸 관리로 유명한 그이기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그와 세계 축구계의 쌍벽을 이루는 리오넬 메시(35·아르헨티나)가 2010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독감에 걸린 상태에서도 경기에 나섰던 점과 비교된다. 자신을 성가시게 한다고 해서 동경하는 축구 스타를 만나러 온 소년의 휴대전화를 부숴 버린 데서도 느껴지듯이 호날두는 팬과의 교감보다는 자신을 우선시할 때가 많다. 그가 “자신이 신(神)인 줄 안다”는 비난을 듣는 것은 이러한 자기중심적 태도와 오만함 때문일 것이다.
수아레스는 흥분 상태에서의 공격성이, 호날두는 냉담한 자기중심적 태도가 문제였다. 그들 모두 자신만의 이유가 있었겠지만 자신들의 부정적 이미지가 오래 남기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30대 후반인 수아레스와 호날두에게는 이번 월드컵이 사실상 마지막 무대일 것이다. 세계인의 남다른 이목이 집중되는 월드컵은 그만큼 새로운 이미지를 새길 기회도 된다. 이번 월드컵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는 씻고 뛰어난 재능과 매너로 밝은 이미지만을 남기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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