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5일 러시아는 장거리 폭격기를 동원해 마리우폴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에는 투폴레프(TU) 95와 160이라는 두 기종의 장거리 폭격기가 있다. 정확한 기종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무슨 기종이든 이들이 마리우폴 상공에 등장할 이유가 없었다. 러시아군은 마리우폴을 90% 이상 장악했다. 한 줌 거점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영웅적인 저항을 펼치고 있다. 도시를 융단 폭격할 것도 아니고, 저항 거점을 정밀 타격할 것이라면 굳이 폭격기를 띄울 이유가 없다. 투폴레프 출현은 핵 무력시위다. 이미 러시아군은 21세기 강대국의 전쟁에서는 차마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전략과 행동을 다 보여줬다. 그러니 핵 투발도 못할 것이 없어 보인다. “우린 한다면 한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이것이 창공에 띄운 메시지다.
러시아는 3중의 곤경에 빠져 있다. ‘알고 보니 러시아군은 종이호랑이더라’라는 인식이 세계에 퍼졌다. 러시아의 의도와 반대로 나토는 더 강해지고 있다. 스웨덴과 핀란드마저 나토에 가입하고, 독일은 재무장을 선언하면서 앞으로 나토군이 증강될 것이 확실하다. 러시아가 나토 동진을 우크라이나 침공의 이유로 내세웠지만, 사실 지금까지 나토군의 즉시 전력은 놀라울 정도로 형편없었다. 숫자로만 비교하면 러시아군의 한 주먹거리도 안 돼 보일 정도였다. 러시아의 침공은 ‘잭의 콩나무’를 심은 격이다. 상황은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절치부심 전력을 집중해 돈바스 대공세를 예고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군은 겁먹지 않고 있다. 만에 하나 이번 대공세가 승리를 거둔다고 해도 달라질 일은 없다.
러시아군의 악명만 더 높아질 것이다. 러시아군의 핵위협은 그들이 당혹 속에서 내놓을 카드가 떨어졌다는 의미다. 핵카드를 꺼내들고 “우린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는 위협은 1956년 수에즈 위기 때부터 써먹던 수법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 위협이 곧잘 통했다는 사실이다. 소련 시절부터 공개적으로 핵카드를 꺼내지 않아도 서방세계는 늘 러시아를 굶주린 호랑이처럼 조심스럽게 대해줬다. 이번에도 통할까? 아니면 이번에는 진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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