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은 19일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첫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성장률이 2.5%로 종전 전망치보다 0.5%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140여 개국의 성장률을 일제히 하향 조정하는 부정적 시나리오에 한국도 포함된 것이다. 코로나 위기로 대규모 자금이 풀린 상황에서 지정학적 위기까지 겹쳐 물가 급등, 통화 긴축, 경기 부진의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이날 IMF는 성장 부진의 요인으로 공급망 훼손, 유가 폭등뿐 아니라 민간 부채가 급증한 점을 지목했다. 코로나 상황에서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은 가계와 기업의 부채가 많이 늘었고 그 결과 경제가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위기 돌파를 위해 재정을 늘린다고 해도 민간의 기초체력이 무너진 상태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뿐이다.
일부 신흥국들은 민간과 공공 부채가 동시에 늘면서 이미 위기에 직면했다. 스리랑카가 최근 일시적 디폴트를 선언한 데 이어 파키스탄, 이집트, 튀니지 등도 파산으로 내몰리고 있다. IMF는 저소득 73개국 중 41개국의 부채가 부실화됐거나 부실 위험이 큰 상태라고 진단했다. 부채 위기가 도미노식으로 확산되면 어느 나라도 안전을 장담하기 어렵다.
국내에서도 부채가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경고음이 진작부터 울렸다. 지난해 말 기준 민간 부채 총량은 4540조 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였다. 집값이 급등하고 주식 열풍이 불면서 이른바 ‘영끌 투자’가 늘었고,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차입금이 급증한 결과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세계에서 3번째로 높고 기업부채 증가 속도는 세계 7위 수준이다. 가계와 기업의 줄도산이 일단 시작되면 한국 경제는 백약이 무효인 상황에 빠져들 것이다.
부채와 물가 관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금리 인상으로 모든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경제 전반에 영향을 주는 통화 긴축은 부채의 총량을 줄일 수 있지만 저소득층의 대출을 더 어렵게 만들어 취약층의 연쇄 도산을 초래할 수 있다.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은 전체 민간 부채를 서서히 줄이되 채무조정 프로그램으로 소상공인과 취약가구를 별도로 관리하는 정책 공조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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