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4월 강행 처리를 위해 ‘위장 탈당’이란 꼼수까지 동원하자 역풍이 거세다. 민주당 내에서조차 “국민 시선이 두렵다” “국회의원을 소모품으로 여기나” “민주주의 가치를 능멸할 뿐이다” 등 우려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당이 혼돈에 빠졌지만 일단 원내 지도부는 이제 와 물러설 수 없다며 이판사판인 듯한 태도다.
민주당의 무리수는 민형배 의원의 위장 탈당으로 정점을 찍었다. 정의당을 끌어들이려다 여의치 않자 보좌진의 성범죄 의혹으로 민주당을 자진 탈당한 무소속 양향자 의원을 사보임(辭補任)했다. 복당 얘기도 있었지만 양 의원이 “정치를 안 하더라도 국익과 양심에 따르겠다”며 소신을 지키자 민 의원을 탈당시켜 법사위 안건조정위를 무력화하는 노골적인 편법에 나선 것이다.
안건조정위는 꼭 10년 전인 2012년 5월 국회법 개정 당시 도입됐다. 다수당의 일방적인 상임위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한 장치다. 최장 활동기간은 90일이지만 3분의 2(4명) 이상 찬성하면 곧바로 안건을 처리할 수 있다. 국회선진화법의 핵심 내용 중 하나다. 입법 취지 자체가 충분한 ‘숙의(熟議)’를 거치라는 것이다. 소속 의원을 무소속으로 만들어 안건조정위원 4명을 확보한 뒤 일이 끝나면 복당시키겠다는 민주당의 꼼수는 국회선진화가 아닌 후진화의 결정판이다.
민주당은 현 정부 임기 내 법안 처리를 끝내겠다는 생각이다. 막무가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면 거부권을 행사할 게 뻔하다는 것이다. 양 의원은 “검수완박을 처리하지 않으면 문재인 청와대 사람 20명이 감옥에 갈 수 있다”는 말까지 들었다고 했다.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내세워놓고 뒤로는 황운하 의원 표현대로 검찰의 6대 범죄수사권을 ‘증발’시켜 대장동, 울산 선거 개입 등 현 집권세력이 연루된 각종 의혹 사건에 대한 사법 처리를 모면해 보겠다는 속셈이었던 건가.
검경 수사권 조정 1년 만에 위헌 논란이 큰 검수완박을 밀어붙이는 게 말이 되느냐는 각계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민주당엔 마이동풍이다. 이제라도 이성을 찾고 여야 및 검찰 등과의 협의에 착수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다. ‘위성’ 비례정당 파동이 엊그제 같은데, 이젠 꼼수 탈당 속편까지 등장하니 말 그대로 경악할 지경이다. 더 이상 국회가 조롱거리가 되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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