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에 시달리다 막장까지 들어선 어느 가장, 강도질을 도모하지만 차마 결행하지 못하고 돌아선다. 궁핍과 양심 사이를 갈등하다 발길을 돌렸지만 굶주리고 헐벗은 삶은 여전히 암담하다. 칼을 빼들고 다시 나서려는데 아내가 막아선다. 간난을 함께하겠다 하고, 천리(天理)와 천륜(天倫)을 내세워 탈선을 만류하지만 남편의 태도는 결연하다. 지금껏 참아온 것도 억울하고, ‘백발이 된들 지금 같아선 오래 버티기 힘든’ 상황 또한 절망스럽다.
시는 한말(漢末) 동란의 시대에 나온 민가. 나락으로 곤두박질치는 민초의 삶을 무명의 선비가 대변했을 수도 있다. 메시지 전달에 유념하여 시적 세련미 대신 투박한 말, 거친 생각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그 반항적 언사가 부담스러웠을까. ‘지금 이러시면 안 돼요’라는 아내의 말을, ‘지금은 깨끗한 시대, 성현의 말씀 어기면 곤란하니 자중하여 나쁜 짓은 마세요’로 바꿔 놓은 책도 있다. 민가를 백성 교화용으로 슬쩍 역이용하고 싶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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