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사업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낡은 규제를 손봐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한국방송학회가 어제 개최한 정기학술대회에서는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사업자와 경쟁하는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아날로그 법체계를 고수하는 바람에 종합편성채널을 포함한 유료방송 사업자들의 경쟁력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표적인 시대착오적 규제가 재승인 제도다. 방송법상 재승인 유효기간은 7년이지만 사업자들은 시행령에 따라 3∼5년마다 방송 허가 수준의 재승인 심사를 받는다. 영국 BBC가 10년, 일본 NHK가 5년임을 감안하면 해외의 공영방송보다 규제가 엄격한 셈이다. 재승인 때마다 새로운 조건들이 줄줄이 따라붙어 콘텐츠 투자 결정 시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것도 문제다. 심사 기준도 ‘공정성’같이 모호한 규정들이 수두룩해 정부가 재승인 권한을 방송 길들이기 수단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날 나온 제안대로 재승인 유효기간을 7년으로 늘리고 심사 기준을 명확히 하며 승인 조건을 간소화해야 한다.
거미줄 같은 유료방송 광고 규제를 걷어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방송은 광고시간과 표현 수위까지 세세한 규제를 받는 반면 유튜브나 국내외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는 이러한 규제가 없다. 같은 방송 시장에서 경쟁하는데도 다른 규제를 적용받는 이유는 방송통신 융합 추세를 따라잡지 못하는 법체계 탓이다. 국가 자산인 주파수를 사용하는 지상파 광고 규제는 완화하면서 유료방송 규제는 그대로 두는 것도 형평에 어긋난다.
방송 산업은 국내 경제 활동에 미치는 순효과가 제조업이나 서비스업보다 높고 매출 대비 고용창출 효과도 통신 산업의 3배라고 한다. 방송의 공익성 실현이라는 모호한 명분으로 경제 기여도가 높은 방송 사업자들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풀어줄 때가 이미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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