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거주할 관저로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외교부 장관 공관이 사실상 확정됐다. 당초 윤 당선인 측은 집무실 용산 이전에 따른 새 관저로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관사를 검토했지만 너무 노후해 거의 재건축을 해야 할 수준이어서 외교장관 공관으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외교장관 공관의 리모델링에는 시간이 필요해 윤 당선인은 취임 후 한 달가량 서초동 자택에서 출퇴근하게 된다.
취임을 보름 앞두고서야 나온 새 대통령 관저 결정 과정을 보면 신구 권력 간 갈등까지 낳았던 집무실 이전만큼이나 주먹구구식이었다. 윤 당선인이 관저로 육참총장 공관을 쓰겠다고 발표한 게 지난달 20일이다. 그로부터 한 달 만인 20일 윤 당선인 측은 육참총장 공관 대신 외교장관 공관을 관저로 다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거처이자 업무 공간인 관저는 집무실 못지않게 중요한 핵심 시설인데, 한 달간이나 시간만 허송한 것이다.
그러다 어제 새 관저 확정 발표가 나왔다. 그것도 언론보도를 부인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윤 당선인 부인이 외교장관 공관을 직접 둘러봤고 변경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보도가 나오자 당선인 측이 “(공관 방문은) 실무진 결정이 난 이후 확인하는 수순이었다”고 해명하면서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당선인 부인의 동정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그간의 논란에 비춰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그 결정 절차가 제대로 됐는지에 있다.
외교장관 공관이 대통령 관저로 바뀌면 외교장관은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고 해외 방한 인사나 주한 외교단을 위한 외교행사를 여는 데 사용했던 대체 공간도 필요하다. 그런 후속 계획도 없이 관저 이전부터 확정한 것이 정상적인 절차일 수는 없다. 집무실 용산 이전도 졸속으로 이뤄지다 보니 당장 내달 한미 정상회담을 열 장소도 마땅치 않다고 한다. 앞으로 국정 일처리가 계속 이런 식이어선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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