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검수완박’ 합의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국민 여론과 형사사법체계를 감안하면 합의안대로 가는 건 안 된다. 법안 심사 때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가 24일 전했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도 “많은 국민과 지식인이 (합의안에) 분노하고 있다”고 추가 논의를 주문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협상안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2일 여야 합의를 존중한다고 밝혔던 신(新)여권이 이틀 만에 말을 바꾸고 나선 것이다.
‘검수완박’ 법안을 놓고 충돌했던 여야는 22일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로 전격 합의했다.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열어 박 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했고, 권성동 원내대표가 합의문에 서명했다. 인수위 수석부대변인도 “원내에서 중재안이 수용됐다는 점을 존중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내에서 권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거나 탈당을 예고하는 당원들의 비판이 쏟아지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23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급하게 추가 입법이 되면 문제점들이 심하게 악화될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24일에는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까지 나서서 재논의를 주문한 것이다.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여야 원내 합의를 존중한다는 인수위의 입장도 윤 당선인의 의중이 명확하게 담긴 이야기가 아니었다”며 “실무자나 인수위원 차원에서의 판단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했다. 이런 중대한 문제에 대해 실무자가 내부 논의도 없이 입장을 발표했다는 것인가. 또 22일 “일선 검사들은 만족하는 합의안”이라고 자평했던 권 원내대표는 24일 “제 기능을 못 하는 공수처 문제를 비롯해 강력한 대책을 준비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합의문에 서명한 당사자마저 이틀 만에 말이 달라진 것이다.
민주당은 ‘검수완박’을 3월 말부터 공식적으로 추진했고 이달 12일에는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미 충분한 시간이 있었는데도 신여권 내에서 의견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 심각한 문제다. 검찰과 지지층의 반발이 커지자 신여권에서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이라고 해도 비판을 피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당장 민주당은 “윤 당선인은 예정된 검찰 정상화 국회 입법을 존중하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래서는 여야 관계가 악화되는 것은 물론이고 국민의 신뢰도 잃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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