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2주 전인 2월 7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급히 모스크바를 찾았다. 전쟁은 피하자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설득하려 했다.
회담 분위기는 막막했다고 한다. 회담은 3시간 정도 걸렸다. 푸틴은 3시간 내내 러시아가 얼마나 고통을 받아온 민족인지 주장하며 전쟁 명분을 단조로운 톤으로 되풀이했다. 자기주장만 쏟아내는 바람에 마크롱이 중간에 말을 끊고 의견을 제시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두 사람 간 생각의 거리는 두 사람 사이 놓인 6m 길이 흰 탁자보다 멀었다. 마크롱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침공 전후 푸틴 대통령을 만난 정상들 모두 “푸틴이 너무 많이 변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최근 만난 정통한 외교 소식통이 전한 내용이다. 서방 당국자들은 “지금 푸틴은 이전의 푸틴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러시아 정부와 국영기업 고위 인사 10명을 익명으로 인터뷰한 블룸버그통신의 20일 보도는 외교 소식통의 전언을 확인해준다.
이들은 푸틴이 갈수록 소수의 강경파에 의존한다고 블룸버그에 전했다. 특히 고위 관료들이 침공으로 인한 제재가 러시아 경제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하려 했지만 푸틴은 이런 경고를 “싹 무시했다”고 한다.
서방 때문에 전쟁 외 다른 대안이 없다고 푸틴이 되풀이했다는 대목도 마크롱과의 회담 분위기를 전한 소식통의 맥락과 일치한다. 침공 60일이 다 됐지만 자기만의 생각에 사로잡힌 푸틴의 독선은 전혀 변하지 않은 셈이다.
블룸버그 보도는 그 이유의 단서를 제공한다. 침공 이후 푸틴이 접촉하는 측근 그룹의 범위가 더 쪼그라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침공 결정을 부추긴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같은 극소수 매파 참모에게 둘러싸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들의 얘기만 듣다 보니 전쟁에서 승리하고 있다고 믿는다.
현실은 다르다. 푸틴은 전례 없는 국제적 고립에 직면했다. 푸틴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마저 완전히 푸틴 편에 섰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서방의 평가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푸틴은 우크라이나 정권을 무너뜨리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교체해 위성 국가로 만드는 1차 목표에 실패했다.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동부 친러 지역을 병합해 우크라이나를 나라 구실 못 하게 쪼개는 2차 목표도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푸틴은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우크라이나인들이 러시아군을 반길 것이라고 오판했다.
푸틴의 3차 목표는 동부 돈바스의 루한스크주, 도네츠크주 2곳을 점령해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일인 다음 달 9일 전쟁 승리를 선포하는 것이다. 이곳은 침공 전에도 친러 반군이 상당 지역을 장악하고 있던 곳이다.
“결국 이걸 얻으려고 이 많은 피를 흘려야 했는지 정말 한심하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마저도 성공할지 불확실하다.
푸틴은 불통의 독선과 아집이 얼마나 커다란 자기 파괴적인 실수를 저지를 수 있는지 보여줬다. 오판과 착각이 전쟁으로 수많은 무고한 시민들을 죽였다. 국가정책의 실패도 피할 수 없다. 소통을 위해서라던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나 내각 인선에서 고집과 불통이 드러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새길 만하다. 마이 웨이는 어떤 정책이든 실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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