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의 농구 스타 한기범(59)은 환갑을 바라보는 요즘도 코트에 나선다. 며칠 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체육관에서 선수 시절 등번호 ‘15’를 새긴 유니폼을 입고 연예인 팀 소속으로 경기를 했다. “슈팅 100개에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점프도 하다 보면 온몸이 땀범벅입니다. 그럴 때 속은 후련해지고 살아있음을 느끼죠.”
10년 동안 태극마크를 달고 활약한 한기범(205cm)은 은퇴 후 농구와 영영 인연이 사라지는 줄 알았다. ‘거인병’으로 불리는 혈관계 희귀 질환인 마르판증후군으로 두 차례 심장수술을 받았다. 아버지와 동생을 모두 50세 이전에 세상을 떠나게 한 그 병. “생사의 갈림길이었죠. 다행히 수술이 잘돼 다시 일어설 수 있었어요. 6개월마다 정기진료를 받는데 심장이 좋아졌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운동하면 숨이 덜 찬 걸 실감해요.”
한기범은 농구가 건강의 ‘효자’라고 했다. 재활의학과 전문의에 따르면 농구는 지구력을 키우고 체중을 줄여 심장질환과 뇌졸중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뼈에 가볍게 무게가 실리는 체중부하는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또 격렬한 근육 운동을 통해 체중 74kg인 사람은 1시간에 최대 600Cal의 지방을 태울 수 있다는 연구가 보고된 바 있다.
최근 50, 60대 농구 동호인도 늘고 있다. 한국아버지농구회 김세환 회장은 “올해 50세 이상 대회가 10개 넘게 열린다. 68세인 나도 선수로 뛴다. 농구 열정에 나이는 없다”며 웃었다.
다만 농구는 빠르고 신체 접촉이 빈번해 자칫 무리하면 다칠 수도 있다. 일반인들은 평소 근력을 다지고 철저한 워밍업도 필수. 매주 2회 농구 게임을 하고 있는 한기범은 하루 1만5000보 이상 걷고, 수시로 하체운동을 하고 있다. 김세환 회장도 일주일에 두 번 5km를 뛰고 스트레칭을 매일 한다. 중앙대 서경묵 교수(재활의학과)는 “허벅지 강화 운동을 선행하고 발목 보호를 위한 하이톱 운동화를 반드시 착용해야 부상 예방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농구는 단체 스포츠라 정서와 사교성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한기범은 “코로나 탓에 무력감, 우울증으로 힘들었는데, 운동을 하며 동료들과 농구를 화제로 대화하다 보니 씻은 듯이 나았다”고 전했다.
농구를 통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한기범은 비영리단체인 한기범희망나눔을 이끌며 기부활동을 하고 있다. 5월 7일에는 경기 의정부에서 자선경기를 개최한다. 대회 수익금은 심장병 어린이 수술비, 다문화가정과 농구 꿈나무 지원에 사용할 계획. “나눔이 희망입니다.”
한기범은 큰 신장이 아니라 뜨거운 심장으로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되찾은 건강이 바로 그 원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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