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新냉전주의’ 대비해야[기고/김동섭]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5일 03시 00분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해외자원개발협회 회장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해외자원개발협회 회장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에너지 자원이 국가의 독립성과 안보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세계 각국은 발 빠르게 에너지 자립 기조로 정책을 전환 중이며 이에 따라 ‘에너지 신(新)냉전주의’가 전개되고 있다. 한국은 세계 4위의 원유 순수입국으로 그 어느 나라보다 석유 의존도가 높다. 지속 가능한 에너지 안보를 위해서는 안정적으로 에너지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자주적 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아쉽게도 지난 10년간 자원개발 지원, 기술개발 및 인력양성 등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기반 조성 노력이 축소나 중단되면서 자원개발 생태계가 많이 붕괴된 상황이다. 자원개발 사업의 마중물 역할을 하던 공기업의 기능 축소는 민간업계의 동반 침체로 이어졌다. 석유·가스개발 사업은 탐사부터 생산까지 오랜 기간이 소요되고 상업적인 리스크가 커 민간기업들은 기존 사업을 매각하고 조직을 축소하는 추세이다.

우리는 해외와 국내에서 에너지 자원 확보에 적극 나서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에너지 공기업과 민간기업의 기술 역량을 한데 모아 집중력 있게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2012년 석유공사 주도로 GS에너지, 아랍에미리트(UAE) 국영석유회사와 손잡고 추진한 석유개발 사업은 현재 생산을 활발히 하고 있는 대표적 성공 사례이다. 이 사업은 한-UAE 수소·암모니아 협력으로 영역이 확장되었는데 이는 정부, 공기업과 민간이 서로의 강점을 합쳐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나라는 지질학적으로 에너지 자원이 자연 형성될 가능성이 낮다. 그럼에도 석유공사는 꾸준한 투자와 정부 지원에 힘입어 해외 기업도 포기한 동해 울릉분지에서 가스전 개발에 성공해 2004년 한국을 산유국의 반열에 올린 바 있다. 이제 국내 탐사활동은 석유자원의 개발과 함께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에도 활용되므로 우리 영해 내 자원개발 사업은 정부가 일관성 있게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석유는 여전히 많은 것을 결정하고 있다. 당장 휘발유 가격과 전기요금 변화에 민심이 흔들린다. 우리나라는 원유 수입 규모가 클 뿐 아니라, 수출에서도 석유·석유화학 제품이 반도체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석유 관련 산업은 성장과 고용을 이끌어가는 정책의 큰 축이기도 하므로 우리에게 있어 확고한 에너지 안보는 국가 번영과 자주성을 담보하는 초석이 된다.

앞으로 전략적인 자재와 상품 확보를 위한 각국의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펼쳐질 것이며 에너지 자원은 그 경쟁의 핵심 대상이 될 것이다. 자원 공기업은 ‘에너지 국방부’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고, 여기에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정부가 구심점이 되고 민간기업과 공기업이 협력하여 지속적인 자원 확보에 나서는 한편, 해외자원개발협회와 같은 민관협의체를 더욱 활성화해 아름다운 조화를 이끌어 가야 할 것이다.

#에너지 新냉전주의#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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