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장택동]미성년자 논문 공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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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에는 “교수 집 강아지나 고양이도 논문 저자로 등재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누구를 저자로 올릴지는 전적으로 지도교수에게 달렸다는 얘기다. 그렇다 보니 논문에 적힌 저자가 적절한지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고등학생이 저자로 이름을 올린 논문들을 놓고는 ‘이 학생이 정말 연구에 기여한 것이 맞느냐’는 의문이 많았다. 실제 교육부가 조사해 보니 저자 자격이 없는 미성년자들이 논문에 등재된 경우가 다수 적발됐다.

▷교육부가 2007∼2018년 발표된 논문 가운데 대학 교원과 고등학생 이하의 미성년자가 공저자로 등재된 사례를 조사한 결과 미성년자 82명이 부당하게 저자로 등재된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입학이 취소된 학생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등 5명뿐이었다. 다른 학생들은 논문 실적을 대입에 활용하지 않았거나 입시 자료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학적을 유지했다. 이들의 이름을 논문에 올려준 교원 69명 중에서도 징계를 받은 사람은 10명에 불과했다. 대부분 징계시효가 지났기 때문이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학문적 동기로 논문 작성에 참여한 고교생들도 있지만 ‘스펙’을 위해 이름을 올린 학생도 많았던 게 현실이다. 최근 발표된 한 연구물에 따르면 영어로 논문을 쓴 한국 고교생들을 조사해 보니 이들 중 3분의 2가 논문을 딱 1편만 쓴 것으로 나타났다. 입시를 위해 단발성으로 쓴 경우가 많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학생생활기록부에 논문 기재를 금지한 2014년 이후 고교생 논문 건수가 급감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심지어 학원 강사에게 돈을 주고 대필한 논문을 입시에 이용한 학생들이 재판에 넘겨진 사례도 있다.

▷더욱이 교수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논문 저자의 이름을 바꿔치거나 가로채는 사례까지 벌어지고 있다. 서울의 한 약대 교수는 연구실 대학원생들을 동원해 동물실험을 하고 논문을 쓰도록 하고서는 이 과정에 전혀 참여하지 않은 자신의 딸을 단독저자로 올렸다가 구속됐다. 제자가 쓴 논문을 교수가 표절하거나 아예 본인이 쓴 것처럼 저자를 바꿔서 발표했다가 물의를 빚은 경우도 있다.

▷국제의학학술지편집인위원회(ICMJE)는 학술적 개념과 계획 또는 자료의 수집·분석·해석에 상당한 공헌을 할 것 등 저자의 조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굳이 이런 기준을 따지지 않더라도 누가 저자가 될 자격이 있는지는 지도하고 심사하는 교수들이 누구보다 잘 안다. 사실대로 적어주기만 하면 연구자들은 피땀 흘려 연구한 성과를 인정받을 수 있다. 다른 욕심 때문에 그것조차 지키지 않는 교수들은 강력하게 처벌해 뿌리를 뽑아야 한다.

#미성년자 논문 공저#교육부#스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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