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1기 내각 인사들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어제부터 시작됐다. 첫날엔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및 5명의 장관 후보자가 검증대에 올랐다. 공직에서 물러난 뒤 대형 로펌에서 고액 자문료를 받아 이해충돌 논란에 휩싸인 한 후보자가 더불어민주당의 핵심 타깃이었다. 공직과 김앤장을 오간 이력을 놓고 “전관예우 끝판왕” “회전문 인사 중 군계일학” 등 비판이 쏟아졌다.
한 후보자는 “특정 케이스에 관여한 적은 전혀 없었다”며 “전관예우, 이해충돌을 인식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일종의 공공외교 성격의 업무를 했고, 후배 공무원 등에게 전화하거나 부탁한 적도 없다는 것이다. 고액 자문료에 대해선 “송구스럽다”고 했지만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설명하는 해외 라운드테이블 행사 등으로 그 정도 보수를 받는 게 타당하냐는 논란이 종일 이어졌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선 과거 론스타의 외환은행 불법 인수 관여, 국무조정실장 퇴임 후 30억여 원 재산 증식 등을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추 후보자는 외환은행 매각에 대해 “과거 상황으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은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맞섰다. 또 “수년간 여러 요인이 겹쳐 재산 가치가 올랐다”고 해명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를 놓고도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 제주지사 재임 시절 오등봉 공원 민간특례 사업 특혜 논란, 자택 소재지 셀프 용도변경 의혹,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등이다. 원 후보자는 “전국 최초로 초과이익 환수 8.9%를 적용한 사업이다” “주민 민원을 들어준 것이지 조그만 내 집 때문에 했겠나” “공적인 업무 외 법인카드 쓴 적 없다” 등으로 맞섰다.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두 자녀가 외국학교 출신 특수전형을 통해 국내 명문 대학에 입학한 것과 딸의 미국 싱크탱크인 한미경제연구소 취업 등을 놓고 ‘아빠 찬스’ 의혹도 제기됐다. 박 후보자는 “정상적 절차를 밟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두 딸과 관련된 여러 의문점에 대해 자료 제출을 충분히 하지 않아 파행을 빚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각 후보자들의 역량과 도덕성을 검증하고 의혹의 실체를 가리는 데 미흡했던 ‘맹탕’ 청문회였다. 검증의 창은 무뎠고 후보자들은 진정성 있는 해명보다 자기합리화에 바빴다. 청문회는 다음 주까지 줄줄이 이어진다. 마구잡이식 발목 잡기는 경계하되 국민 눈높이에서 부적격자를 걸러내야 한다. 엄격한 통과의례를 거치는 게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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