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의 시대는 끝났는가[임용한의 전쟁사]〈210〉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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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의 ‘희생자’ 중 하나가 탱크다. 이 전쟁은 역사상 최대 규모로 대전차화기가 투입된 전쟁으로 기록될 것 같다. 오늘까지 미국이 제공한 재블린 미사일만 7000기가 넘는다고 한다. 그 외의 무기들까지 합하면 1인 1대전차화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러시아는 전통적인 탱크 강국인데, 무수한 탱크가 파괴되면서 전차 무용론까지 등장하고 있다. 전차가 처음 등장한 전투는 1차 세계대전 때의 솜 전투였다. 1차 세계대전 때는 별 활약을 못 했지만, 전차의 가능성에 영감을 받은 지휘관들이 전차를 이용한 획기적인 전술을 개발했다.

2차 세계대전에서 전차는 스타로 떠올랐다. 구데리안, 로멜, 패튼과 같은 기갑지휘관이 스타 장군이 되었다. 소련은 T-34라는 전설의 탱크를 개발했고, T-34는 한국전쟁에서도 맹위를 떨쳤다. 우크라이나 국경 바로 북쪽에 있는 쿠르스크는 2차 세계대전 최대의 전차전이 벌어졌던 곳이다.

바로 그 땅에서 세계 최고라는 러시아 탱크들이 대전차미사일과 대전차포에 여지없이 파괴되고 있다. 이제 전차의 시대는 끝난 것일까? 필자의 답은 ‘아니다’이다. 전차 무용론을 제기하려면 더 본질적인 질문을 해결해야 한다. “전쟁에서 전차가 수행하는 역할의 필요가 없어졌는가?” 당연히 아니다. 장갑차량과 이동포대의 필요성은 여전히 살아 있다. 다만 대전차무기가 발달하면서 현존하는 전차들이 역할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커진 것이다. 심하게 표현하면 전차가 전술적 역할을 수행하기가 대단히 어려워졌다. 그게 바로 전차 무용론을 주장하는 이유가 아닐까?

언젠가 전차가 사라질 날이 올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질문은 전차가 사라진다가 아니라 전차를 대체할 것이 무엇인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그에 따라 또 새로운 전술이 등장하고, 전쟁의 양상이 바뀌고 미리 예측하고 대비한 쪽과 그렇지 않은 쪽 사이에서 극적인 승부가 연출될 것이다. 그것이 전쟁사에서 반복되는 법칙이다.
#전차의 시대#희생자#탱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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