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병원장인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아들이 경북대 의대 편입학 서류전형에서 탈락한 지원서를 이듬해 전형에 그대로 제출해 합격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제 정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그의 2017, 2018학년도 입시 지원서를 비교한 결과 영어 성적과 봉사활동 내역은 물론 자기소개서까지 같았다고 주장했다. 오탈자까지 똑같은 서류를 냈는데 2017학년도엔 떨어지고 이듬해 서류전형에선 40점 이상 높은 점수를 받아 최종 합격했으니 ‘아빠 찬스’를 쓴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정 후보자는 “2017학년도는 일반전형이고, 2018학년도는 대구·경북 인재 특별전형이어서 상황이 같다고 볼 수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서류전형에서 떨어진 재수생들은 봉사활동을 추가하거나 자기소개서를 다시 쓰는 등 ‘스펙’을 조금이라도 돋보이도록 서류를 보완해 내기 마련이다. 한번 퇴짜 맞은 서류를 그대로 낸 응시생도, 똑같은 서류에 1년 만에 40점 이상 차이가 나는 점수를 매긴 대학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정 후보자가 2017학년도 경북대 의대에 편입학한 딸에 대해 내놓은 해명도 틀린 것으로 확인됐다. 딸은 아버지와 친한 교수 3명으로부터 구술시험 만점을 받았고, 정 후보자는 똑같은 교수들이 다른 학생들에게도 만점을 줬으니 특혜가 아니라고 반박했는데 평가 교수가 달랐던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정 후보자는 “경북대 의대 편입은 아빠 찬스를 쓸 수 없는 구조”라며 사퇴 의사가 없다고 하지만 정 후보자 자녀의 입시 특혜 의혹은 수사가 아니면 해소되기 어려운 지경이 됐다.
조국 사태 때도 경험했듯이 우리 사회가 의대 입시 비리에 특히 민감한 이유는 ‘기회의 사다리’ 역할을 하는 입시의 공정성뿐만 아니라 인명을 다루는 직업인 만큼 선발 과정도 엄격할 것이라는 의료인에 대한 국민의 믿음을 훼손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정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장관 후보직에서 물러난 뒤 수사에 임해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는 것이 의료인이자 교육자인 정 후보자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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