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기업 수도권 초집중, ‘지방소멸’ 위기
메가시티, 국가 균형발전 이룰 정책적 해법
지역연대·이익공유 추진해 성공 이뤄내야
21세기 현재 대한민국을 압도하고 있는 가장 큰 메가트렌드는 무엇일까?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에 따른 산업구조 변화, 베이비붐 세대 은퇴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 포스트 코로나 시대 디지털 전환 등 미래에 우리가 유의해야 할 메가트렌드는 즐비하다. 그러나 비수도권 지역에서 ‘호랑이’보다 더 무섭게 느껴지는 건, ‘수도권으로의 집중 현상’이다.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청년 인구 유출은 탈출에 가까운 상태이며, 아우성에 가까운 생채기가 지역사회에 새겨진 지 오래다. 이 현상은 농어촌과 지방 대도시 원도심 등 국토 곳곳에 퍼져나가고 있다. 최근엔 신입생 격감에 따라 지역대학이 붕괴하면서, 산업구조 전환에 대응할 지역인재 양성도 요원해지고 있다. 지역경제 추락과 지역 쇠퇴가 나타나는 국가 불균형 발전은 대한민국 경쟁력 향상에 커다란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도시화의 본격적 시작이었던 1960년대 초 전국 대비 20% 정도에 불과했던 수도권 인구는 이미 50%를 넘어섰다. 국토 면적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정관계 핵심기관과 국내 100대 대기업 본사 91%가 자리 잡고 있다. 미래 먹거리를 위한 벤처투자에서도 수도권 비중은 70% 이상을 차지하며, 그중 서울은 50%가 넘는 수준이다. 이와 달리 전국의 지방 시군구 40% 이상은 20년 내 사라질 것이라는 ‘지방 소멸’이 예고되고 있다. 가히 ‘수도권 초집중’으로 불리는 이러한 블랙홀 현상은 지역의 위기를 넘어 국가적으로 국토의 지속가능한 균형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여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 초집중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18일 전국 최초 특별지방자치단체인 ‘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이 공식 출범했다. 인구 800만 명의 부울경이 하나의 생활권을 갖춘 메가시티로 성장할 수 있는 행정적 거버넌스 실체가 발족한 것이다. 특별연합은 상향식의 초광역 협력에 기반을 두고 광역교통망 구축에 우선 집중할 계획이며, 연말까지 통합청사 위치 선정, 조례·규칙 제정, 특별 지자체장과 의장 선출 등을 마무리한 뒤 내년 1월 1일부터 공식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중요한 국가적 도전이지만 메가시티에 기반을 둔 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이 국토 균형발전에 대한 하나의 시금석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실제 1971년 제1차 국토개발계획으로 시작된 우리나라 국토발전 정책도 그 시작은 국토의 균형발전 전략이었다.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 중점성장지역을 선정해 주변으로 개발을 확산시킨다는 ‘성장거점전략’이 당시 기반을 둔 이론이었다. 결과적으로 성장거점만이 성장하면서 그리고 서울권으로의 과도한 성장이 집중되어 국토의 불균형 성장을 유도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현재 메가시티 전략도 실제 이와 유사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기초지방자치단체에는 새로운 옥상옥이 하나 더 생기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도 메가시티 전략은 국토 불균형 발전에 대처할 유일한 정책적 해법으로 여겨진다. 수도권 일극 체제에서 다극 체제로 전환하여 국토의 생활권 단위를 활성화하는 것이 대한민국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이라는 것이다. 100만 명 이상 대도시에서 하나의 도심 이외에 여러 부도심을 함께 발전시키는 다핵도시로의 전환이 도시 내 지속가능한 균형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연구 결과를 유념할 필요가 있다. 또한 1970년대 성장거점전략의 실패 경험은 메가시티 내 거점 주변 지역들과 연대 및 이익 공유 계획이 동시에 수립되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 준다. 다만 무분별한 개발 확산으로 가지 않기 위해, 지역 내 한 시간 생활권 및 연계벨트 구축을 위한 광역교통망 확충, 산업혁신 거점 육성, 인재 양성 분야 등을 함께 강화해야 한다.
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의 성공은 대구·경북, 광주·전남 등 다른 지방 메가시티로의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에 앞서 필요한 건 메가시티를 도모하기 위해 부울경이 스스로 마련하는 촘촘한 실천전략이다. 세계 유수 선진국도 우리나라와 같이 국토 균형발전을 깊이 있게 고민하고 있다. 일본 오사카 중심의 간사이연합, 영국의 광역도시전략, 미국의 지역 메트로폴리탄 전략 등도 메가시티 전략을 통해 국가 균형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도 늦지 않았다고 믿고 싶다. 얼마 전 수도권 대학의 학생기자와 균형발전에 대해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균형발전을 찬성하는 학생기자의 입장이 너무도 당연하면서도 오히려 고맙다고 느껴지는 게 현재 지방이 처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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