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이 올 초 외벽 붕괴사고로 6명의 사망자를 낸 광주 서구 화정 아파트를 전면 철거하고 다시 짓기로 했다. 이 아파트 완공까지 걸리는 기간은 70개월, 공사비와 보상금을 포함한 제반 비용은 3700억 원으로 추산됐다. 국내 아파트 건설 사상 공정이 절반 이상 진행된 단지 전체를 허물고 재시공하는 것은 처음이다.
현산의 ‘통철거’ 결정은 사고현장만 수습하는 땜질 처방으로는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지난해 6월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철거 현장 붕괴사고로 17명의 사상자를 낸 지 7개월 만에 인명사고를 반복하면서 소비자와 정부, 정치권으로부터 거센 질타를 받았다. 최근 경기 광주, 대전 등지에서 대규모 공사 계약이 해지된 데 이어 이미 수주한 재건축사업에서 빠져달라는 요구까지 받으며 존립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사면초가인 현산으로선 재창업하는 수준의 개혁 말고는 답이 안 보이는 지경이다. 사고 조사 결과 화정 아파트는 바닥이 설계와 다르게 시공됐고, 지지대는 조기 철거됐으며, 콘크리트 강도는 기준치에 미달하는 총체적 부실 상태였다. 공기 단축과 비용 절감에 집착하며 ‘빨리빨리’, ‘대충대충’ 공사하는 현장을 방치하는 한 제2, 제3의 붕괴사고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현산은 전국 사업장을 재점검해 잠재된 리스크를 제거하는 한편으로 화정 아파트 계약자에 대한 보상과 주거 지원책 마련에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안전불감증은 현산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건설업계의 발목을 잡아온 고질적인 병폐다. 올 1분기 건설 사고로 사망한 사람만 55명에 이르는 등 중대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현산이 아무리 많은 돈을 들여 붕괴된 아파트를 재시공한다고 해도 한번 잃은 신뢰를 회복하기는 어렵다. 건설업계는 이번 현산 사태를, 부실시공 관행을 통째로 뿌리 뽑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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