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6일 복두규 전 대검 사무국장을 인사기획관에, 이원모 전 검사를 인사비서관에 각각 내정했다. 윤 당선인은 앞서 5일 민정수석을 대체할 법률비서관에 주진우 전 검사, 공직기강비서관에 이시원 전 검사를 기용했다. 총무비서관에는 중수부 수사관 때부터 윤 당선인과 인연을 맺은 윤재순 전 대검 운영지원과장을 발탁했다. 대통령실의 민정과 인사, 총무 라인의 비서관급 6명 중 5명을 검찰 출신으로 채운 것이다.
검사와 검찰수사관 출신이 대통령실 요직에 이처럼 대거 포진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특히 대통령실의 법률자문과 공직기강, 예산, 인사추천과 검증을 담당하는 옛 청와대의 민정·총무·인사 라인을 검찰 출신이 사실상 장악했다. 비서관(기획관)은 1급이지만 국정 전반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대통령이 다양한 경험을 쌓은 비서관들과의 활발한 토론을 통해 의사 결정을 해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그런데 검사동일체 등 상명하복에 더 익숙한 검찰 출신 ‘예스맨’들의 지근거리 보좌를 받는 윤 당선인이 대통령실을 제대로 운영할지 우려된다.
일부 인사의 면면과 발탁 배경도 납득하기 어렵다. 2013년 유우성 간첩 사건의 수사를 담당했던 이시원 비서관은 국가정보원이 조작한 유 씨의 출입경 기록을 검증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정직 1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좌천 발령된 대구고검에서 당선인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비서관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도 같은 부서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검찰 내부에선 ‘윤-한 인맥’이 발탁 배경 아니냐는 의심을 한다. 캠프 때 당선인의 네거티브 대응 업무를 총괄한 주 비서관은 초대 조각의 인사검증 실패 논란에도 다시 중용됐다. 다른 공직자들이라면 흠결이 있더라도 이들처럼 계속 신임을 받을 수 있었겠나.
당선인 측은 “대통령실은 행정부가 좀 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검찰 출신들은 업무 특성상 과거에 벌어졌던 일들을 재단하는 데는 강점이 있지만 미래 이슈를 발굴하고 기획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당선인에 대한 충성심을 앞세운 검찰 출신들이 ‘문고리 권력’처럼 될 수도 있다. 국무위원 후보자 18명 중 3명이 검사 출신이다. 신(新)여당을 이끌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도 검사였다. 검찰공화국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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