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檢 출신, 대통령실 민정·인사·총무 장악… 검찰공화국 만드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7일 00시 00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로 출근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로 출근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6일 복두규 전 대검 사무국장을 인사기획관에, 이원모 전 검사를 인사비서관에 각각 내정했다. 윤 당선인은 앞서 5일 민정수석을 대체할 법률비서관에 주진우 전 검사, 공직기강비서관에 이시원 전 검사를 기용했다. 총무비서관에는 중수부 수사관 때부터 윤 당선인과 인연을 맺은 윤재순 전 대검 운영지원과장을 발탁했다. 대통령실의 민정과 인사, 총무 라인의 비서관급 6명 중 5명을 검찰 출신으로 채운 것이다.

검사와 검찰수사관 출신이 대통령실 요직에 이처럼 대거 포진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특히 대통령실의 법률자문과 공직기강, 예산, 인사추천과 검증을 담당하는 옛 청와대의 민정·총무·인사 라인을 검찰 출신이 사실상 장악했다. 비서관(기획관)은 1급이지만 국정 전반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대통령이 다양한 경험을 쌓은 비서관들과의 활발한 토론을 통해 의사 결정을 해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그런데 검사동일체 등 상명하복에 더 익숙한 검찰 출신 ‘예스맨’들의 지근거리 보좌를 받는 윤 당선인이 대통령실을 제대로 운영할지 우려된다.

일부 인사의 면면과 발탁 배경도 납득하기 어렵다. 2013년 유우성 간첩 사건의 수사를 담당했던 이시원 비서관은 국가정보원이 조작한 유 씨의 출입경 기록을 검증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정직 1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좌천 발령된 대구고검에서 당선인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비서관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도 같은 부서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검찰 내부에선 ‘윤-한 인맥’이 발탁 배경 아니냐는 의심을 한다. 캠프 때 당선인의 네거티브 대응 업무를 총괄한 주 비서관은 초대 조각의 인사검증 실패 논란에도 다시 중용됐다. 다른 공직자들이라면 흠결이 있더라도 이들처럼 계속 신임을 받을 수 있었겠나.

당선인 측은 “대통령실은 행정부가 좀 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검찰 출신들은 업무 특성상 과거에 벌어졌던 일들을 재단하는 데는 강점이 있지만 미래 이슈를 발굴하고 기획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당선인에 대한 충성심을 앞세운 검찰 출신들이 ‘문고리 권력’처럼 될 수도 있다. 국무위원 후보자 18명 중 3명이 검사 출신이다. 신(新)여당을 이끌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도 검사였다. 검찰공화국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檢 출신#대통령실#민정·인사·총무 장악#검찰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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