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즌 연속 지휘봉을 잡고 있는 프로농구 현대모비스 유재학 감독(59)은 정규시즌 최다승(724승), 플레이오프 최다 우승(6회)이라는 독보적인 기록을 갖고 있다. ‘만수(萬手)’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지략이 많은 유 감독은 지방 방문경기를 가는 도시마다 24시간 운영하는 비뇨의학과 위치를 꼼꼼히 파악한다. 해외 출장을 앞두고도 미리 몸 상태를 체크한다. 요로결석 때문이다.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파 잠에서 깼어요. 기다시피 해서 구급차 타고 응급실에서 진통주사 맞고 겨우 정신 차렸네요.”
20년 가까이 지난 그날 밤을 떠올리는 유 감독의 표정은 마치 엊그제 일을 말하는 듯 일그러졌다. 출산의 고통에 비유되는 극심한 통증을 유발할 수 있는 요로결석으로 처음 고생한 순간을 떠올릴 때였다.
요로결석은 칼슘 수산염 인산염 등 무기질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으면서 요로에 쌓여 돌처럼 변한 것이다. 수분 섭취가 줄거나 땀을 많이 흘리면 소변이 농축돼 결석이 쉽게 생긴다. 국내에서 요로결석은 평생 유병률이 11.5%에 이르는 비교적 흔한 병으로 알려졌다. 요로결석 진료인원은 2016년 27만8000명에서 2020년 30만3000명으로 9% 증가했다. 남성이 여성보다 2배 많다.
“한때 몸에 좋다고 해서 고용랑 비타민C를 많이 먹은 적이 있어요. 야간경기 끝나면 코치들과 복기를 하며 맵고 짠 음식을 자주 찾았죠. 사우나에 오래 머물며 전술 구상도 했어요.” 이런 습관이 요로결석과 관련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유 감독의 얘기다.
요로결석은 재발률이 높다. 유 감독도 예외가 아니었다. 결석이 생기면 자연 배출되기도 하지만 그 크기가 5mm 이상이면 ‘체외 충격파 쇄석술’로 돌을 깼다. “결석을 분쇄하려면 한 군데를 때리는데 50분 동안 센 진동을 2000번까지 반복한 적도 있어요.”
경희대병원 비뇨의학과 이상협 교수는 “하루 소변양이 2L 이상이 될 수 있도록 충분한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 수산이 많이 함유된 시금치, 아몬드 땅콩 같은 견과류, 초콜릿 등은 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칼슘을 적게 먹어야 결석이 생기지 않는다는 건 잘못된 상식이며 칼슘 섭취를 제한하면 요로결석이 더 잘 발생하고, 비타민C를 과다 복용하면 수산칼슘석의 발생을 촉진하게 된다.
“물을 매일 3L 가까이 마셔요. 싱겁게 먹고, 사우나도 줄였어요. 결석 배출에 도움이 된다는 줄넘기도 하루 30분 하려고 해요.”
프로농구 최장수 사령탑 유 감독은 요로결석을 계기로 식습관을 바꾸고 철저한 건강관리를 실천하게 됐다. ‘일병장수(一病長壽)’라는 중국말이 있듯 작은 병이 큰 병을 막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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