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과 세수가 당초 세입 예산의 15.5%에 해당하는 53조 원에 이를 전망이라고 기획재정부가 어제 밝혔다. 연간 세수가 본예산 편성 당시 예상한 343조 원에서 396조 원으로 늘어난다고 본 것이다. 이는 1∼3월 국세 수입이 111조 원으로 당초 예상보다 22조 원 이상 증가한 상황을 감안해 전체 세수를 재추계한 결과다. 정부는 이 초과 세수를 재원으로 역대 최대인 59조4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지난해 7월 31조 원이 넘는 초과 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연간 세수 추계를 대폭 수정한 전력이 있다. 이어 작년 11월에 19조 원, 올 1월에 8조 원의 초과 세수가 추가될 것이라며 전망치를 3번 바꾼 결과 작년 한 해 총 초과 세수가 61조 원을 넘었다. 대통령과 여당에 초과 세수를 보고한 뒤 언론에는 다른 숫자로 브리핑하며 국민을 기만하는 일도 있었다. 이런 혼란을 겪고도 올해 천문학적 규모의 초과 세수가 또 생긴다니 엉터리 추계가 습관이 된 것인가. “새 대통령 당선인이 쓸 비용을 감춰놨다가 꺼낸 소지가 있어 보인다”는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의 지적에 기재부는 뭐라고 답할지 모르겠다.
정부가 1분기 실적만으로 대규모 초과 세수를 예상했지만 지금의 복합 위기 상황을 감안하면 이 예상이 언제 뒤바뀔지 모른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인플레이션 국면이 장기화하면 세수에 펑크가 날 여지도 있다. 세수 전망이 들쭉날쭉하다는 것은 국가재정 운영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세금이 얼마나 들어올지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는 예산 편성과 집행이 제대로 이뤄지기도 어렵다.
예산의 기본인 세수 추계가 엉터리로 이뤄지는 한 나라 가계부를 짜임새 있게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초과 세수 문제가 반복되는 것은 경제성장률, 환율, 임금 상황 등 세수 추계에 활용해온 통계뿐만 아니라 경제 상황을 진단하고 예측하는 기능에 총체적인 문제가 생겼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국가 예산의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는 개혁이 필요한 때다. 이대로는 불확실한 초과 세수를 온 나라에 뿌리고 멀쩡한 보도블록을 깨부수는 돈 낭비를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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