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지방선거 출마자들의 후보 등록이 어제부터 이틀간 시작됐다. 이번 선거에는 17개 광역단체장과 226개 기초단체장, 광역·기초 의원들을 뽑는다. 정당 공천이 없는 17개 시도교육감 선거와 7곳의 국회의원 보궐선거도 실시된다. 19일부터 13일간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정작 현장에서 ‘지방’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이 지역 경제를 살리겠다는 이런저런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유권자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교육 행정을 총괄하는 시도교육감 선거에 대해서는 “관심 없다”는 응답이 절반이 넘는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출마하는 후보자들의 면면이나 지방정책 공약은 제쳐둔 채 투표를 하는 ‘깜깜이 선거’로 흘러가는 모양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전면에 나선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지방순회를 하면서 가는 곳마다 국민의힘 단체장 후보자들과 동행했다. ‘힘 있는 여당 후보’를 뽑아달라는 선거 지원 유세나 다름없다. 선거법상 명문화된 대통령 당선인의 중립 의무 규정은 없다고 하지만 선거 개입 의혹을 살 만한 행동은 자제했어야 했다.
이 고문이 대선 패배 후 두 달 만에 전격 등판한 것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선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의도일 것이다. 0.73%포인트 차의 석패라고 해도 대선 패배의 책임에 대한 충분한 숙고 없이 나온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자세다. 더욱이 정치적 기반인 성남 분당갑 대신 아무런 인연이 없는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것도 명분이 없어 보인다.
직전 대선에서 치열하게 경쟁했던 윤 대통령과 이 고문이 선거전을 주도하고 있으니 대선 연장전이나 다름없다. 지방선거 이후 정국 주도권을 쥐기 위한 벼랑 끝 대치다. 선거의 승패를 떠나 이번 선거가 역대 비호감 대선의 재판이 될 거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일군다는 민선(民選) 지방자치 시대가 열린 지 27년이 됐다. 공천권을 행사하는 중앙정치의 영향력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해도 지방정치의 고유 영역도 최대한 살려야 한다. 지방행정이 중앙정치의 대리전 무대로 전락해선 안 된다. 지금부터라도 지역 주민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바람직한 정책 경쟁을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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