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내 청년 정당인 청년정의당의 대표를 지낸 강민진 씨가 16일 “지난해 11월 모 광역시도당 A 위원장이 제 허벅지에 신체 접촉을 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제 의사를 한 번도 묻지 않은 채 당은 그를 6·1지방선거 후보로 공천했다”고 밝혔다. 또 강 씨는 올해 3월 청년정의당의 당직자에게서도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4개월 새 두 차례 당내 인사들에게서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정의당은 지난해 1월 당시 김종철 대표가 같은 당 의원을 성추행해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일을 겪었다. 정의당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진다면서 지난해 4월 재·보선에 후보를 공천하지 않았고 젠더폭력 예방 교육 실시, 젠더폭력대응센터 신설 등 성폭력 대책을 쏟아냈다. 이런 전력이 있는 만큼 성폭력 문제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엄정하게 조치를 했어야 했다.
하지만 여전히 성폭력에 대한 정의당의 인식은 안이하기 짝이 없다. 정의당은 17일 브리핑에서 A 위원장이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했지만 당초 강 씨가 “성폭력으로 볼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기 때문에 성비위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반면 강 씨는 “저는 가해자의 행위를 성폭력이 아니라고 규정해준 적 없다. 당의 입장문 자체가 2차 가해”라고 반박했다. 이런 논란이 벌어지는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를 굳이 공직선거의 후보자로 공천해야 했나.
당에서 이 사건을 은폐하려 했는지도 확인해야 할 문제다. 강 씨는 이 사건 관련 회의에서 여영국 대표가 ‘아무도 이 일에 대해 발설하지 말라’고 했고 “저에게도 해당되는 말로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정의당은 “당이 사건을 묵살하고 은폐하려 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처음부터 이 사건을 투명하게 처리했다면 이런 공방이 벌어질 소지가 없었을 것이다. 정의당은 객관적인 조사를 통해 이 사건 대응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은폐 시도가 있었는지 등을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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