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차기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 5선의 김진표 이상민 조정식 의원과 4선의 우상호 의원이 출사표를 냈다. 24일 의원총회에서 결정된다. 국회의장은 다수당 의원 중에서 선출되지만 국회법에 따라 당적을 버리고 무소속으로 국회를 이끌어야 한다. 중립적으로 의회주의를 실천하라는 취지다. 국회의장은 여야를 떠나 입법부 위상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인 셈이다.
가장 먼저 출사표를 낸 조정식 의원은 “윤석열 정권에 맞서 국민과 민주주의를 지킬 민주당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국회”라고 했다. 김진표 의원은 “윤석열 정부를 강하게 견제하는 일이 국회 다수당인 우리 민주당의 사명이고 운명”이라고 했다. 우상호 의원도 “입법부의 위상을 강화, 시작부터 많은 우려와 의구심을 낳는 윤석열 정부를 제대로 견제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국회를 대정부 투쟁의 장으로 만들겠다고 앞다퉈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는 대선 연장전으로 치러지는 6·1지방선거가 맞물린 상황에서 당내 여론을 주도하는 강경파 의원들과 당원들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체성이 분명한 의장이 나와야 한다” “당원 직접 투표를 의장 후보 선출에 반영하라”는 주장까지 들린다. 그러자 “민주당의 일원임을 잊지 않을 것”(조정식) “제 몸에는 민주당 피가 흐르고 있다”(김진표) 등 강경파를 향한 러브콜도 등장했다. 당 대표 경선인지 국회의장 경선인지 헷갈릴 정도다. 이상민 의원이 견제와 균형, 협치 등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선명성 경쟁에 밀리는 듯한 분위기다.
역대 정권을 거치며 입법부 수장이 권위를 지킨 적도 있지만 부끄러운 행태를 보인 사례도 많았다. 그렇다 해도 이번처럼 노골적으로 당파성을 드러낸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문재인 정권에서 민주당의 입법 폭주는 도를 넘었다. 상임위원장 독식 사태도 벌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법제사법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넘기기로 합의했지만 이마저 파기하려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예 국회를 민주당의 하부 기관으로 만들려는 건가. 의회주의를 팽개치고 당리당략을 앞세워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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