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오늘 국회 본회의를 열어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준안 표결을 진행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야당을 향해 “상식에 따라서 잘 처리해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지나친 욕심으로 협치와 신뢰의 버스는 이미 떠났다”고 비판했다. 여야가 인준 표결을 앞두고 충돌하는 형국이다.
한 총리 인준을 둘러싼 정국 파행에 대해선 여권의 책임을 먼저 묻지 않을 수 없다. 윤 대통령은 17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의회주의와 초당적 협력을 강조한 지 불과 하루 만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야당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최소한의 노력도 없이 한 장관 임명을 밀어붙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역설한 의회주의와 협치의 진정성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여권의 이 같은 움직임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발목잡기 프레임을 우려해 총리 인준을 거부하기 어려울 거라고 계산하는 것이지만 착각이다. 야당을 협치의 동반자로 보지 않으면 해법을 찾기 어렵다. 총리 인준이 무산되면 대치 정국은 장기화될 것이고, 그 부담은 윤석열 정부에 돌아갈 것이다.
직전까지 집권세력이었던 민주당도 대승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 윤 대통령의 한 장관 임명 강행 등에 대해서는 비판을 하더라도 이를 총리 인준 문제와 직접 연계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윤 정부와 무조건 싸우라고 주문하는 강경 지지층에만 기댄 행보는 국민과 멀어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일단 새 정부를 출범시켜 놓고 잘못된 국정운영을 비판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이재명 고문과 일부 중진들이 총리 인준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가 아니겠는가.
협치는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양보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서로가 명분과 실리에서 ‘윈-윈’ 할 수 있는 절충점을 찾아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여권의 경직된 태도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특히 ‘아빠 찬스’ 등 수많은 의혹에 휩싸인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지명은 당장 철회해야 한다. 그래야 야당도 총리 인준에 나설 최소한의 명분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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