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의 신’ 오은영 박사가 출연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공익 광고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아이가 식당에서 소란을 피워도, 공원에서 뛰다가 낯선 사람의 옷에 음료를 쏟아도 ‘괜찮다’라고 말해주라는 ‘애티켓(아이+에티켓)’을 강조하는 내용 때문이다. “아이에 대한 배려가 저출산 해결의 시작”이라는 의견과 “부모의 사과 없는 배려는 문제”라는 의견이 맞선다. 그러다 결국 이런 비판까지 등장했다. “애티켓이 저출산과 무슨 상관이야?”
아동이든, 노인이든 사회 약자에 대한 이해와 배려는 성숙한 사회의 기본 조건이다. 그래도 의구심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지난해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압도적 꼴찌인 0.81명. 더 무시무시한 예상은 올해 합계출산율이 작년보다 더 나빠져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 해결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이 ‘애티켓’인가? 아동을 포용하는 사회가 되면 출산율은 자연스럽게 늘어날까?
국회 입법조사처가 17일 내놓은 보고서 ‘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4차 기본계획)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읽어보면 ‘애티켓’이 좋은 내용임에도 왜 타깃을 잘못 정한 캠페인인지, 막대한 예산을 쏟는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 어째서 ‘백약이 무효’라는 평가를 받는지 짐작할 수 있다. 입법조사처는 112쪽에 이르는 보고서를 통해 4차 기본계획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주된 내용은 한마디로 정책의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서두에 “모든 국민의 ‘삶의 질 제고’라는 패러다임은 상이한 정책 대상과 정책 목표를 모두 원칙 없이 망라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썼다.
보고서는 우선 235개에 이르는 방대한 세부 과제부터 정리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중 우선되어야 할 것은 결혼과 출산이 어디까지나 선택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모든 세대를 지원할 것이 아니라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의사가 있는 청년’부터 정책 타깃을 좁혀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정책 대상과 세부 과제의 우선순위를 정한 뒤에야 부모보험, 보육교사 처우 개선, 법정 근로시간 준수 등 시급한 현안부터 해결할 수 있다.
인구 절벽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우리는 지난 2년 코로나19가 ‘산아 제한’ 정책처럼 기능하는 시기를 경험했다. 비단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었던 것이 뉴욕타임스에는 지난달 말 ‘애를 더 낳으라고? 지난 2년을 보냈는데도? 됐어요’라는 발칙한 제목의 글이 실렸다.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고, 공교육의 공백을 겪으며 양육 전쟁을 치른 부모들의 이야기, 그들이 팬데믹을 겪으며 계획하던 아이도 포기하는 과정은 한국의 상황과 다르지 않다.
뉴욕타임스 칼럼은 “나는 (아이 대신) 고양이를 들일 것이다”로 끝을 맺는다. 큰 예산을 무차별하게 소진하기보다, 널리 공감받지 못하는 캠페인을 지속하기보다, 고양이 대신 아이를 선택할 용기를 기꺼이 감수할 이들을 향해 정책 대상을 좁히는 것.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는 거기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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