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이 한국산 가상화폐인 테라와 루나 투자자 모집 과정에 사기나 유사수신 혐의가 있는지 밝혀내기 위한 수사에 조만간 나설 예정이다. 초점은 테라-루나 발행사인 테라폼랩스가 테라 예치자에게 연 최대 20%의 이자를 코인으로 주겠다고 한 약정에 맞춰져 있다. 이 약정이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를 주는 폰지 사기에 해당하는지 규명하겠다는 것이다.
테라는 1개당 가치가 1달러에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이다. 다만 달러나 금을 담보로 하는 다른 코인과 달리 테라는 자매 코인인 루나를 발행해 가치를 떠받치도록 했다. 이런 구조하에서 테라 매물이 쏟아지고 루나 가격이 폭락하면서 대규모 인출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실제 가치를 알기 힘든 코인을 또 다른 코인으로 보증하는 폭탄 돌리기가 빚은 참사다.
테라-루나 사태 피해자는 국내에만 28만 명에 달하고 이들이 보유한 코인 수만 700억 개에 이른다. 인터넷에는 수백만∼수억 원의 피해를 입었다는 MZ세대의 사연이 줄을 잇고 있다. 개인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진 것과 달리 한 가상화폐거래소 운영사는 지난해 2월 보유 중이던 루나를 매도해 1300억 원의 차익을 올렸다. 일부 거래소는 이번 사태 이후에도 입출금을 바로 중단하지 않아 100억 원에 육박하는 수수료 수입을 챙기기도 했다. 초유의 코인 대란에 개인은 땅을 치지만 발행사 거래소 기관투자가는 뒤에서 웃고 있다.
이번 사태는 저금리 시기 몰아친 한탕주의 광풍과 방만한 리스크 관리의 합작품이다. 투자 위험을 제대로 고지받지 못한 억울한 피해자가 적지 않지만 이들이 당장 구제받기는 어렵다. 제도권 금융과 달리 가상화폐 시장에는 투자자 보호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철저한 수사를 통해 고율의 이자 지급을 약속한 행위의 불법성을 가려내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금융당국은 투기판으로 변질된 가상화폐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최소한 범죄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할 방안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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