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가 어제 공식 출범했다. 13개 참여국 정상들은 무역과 공급망, 청정에너지·탈(脫)탄소·인프라, 조세·반부패 등 IPEF의 4개 분야에 대한 논의를 개시한다고 선언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화상으로 참여해 “한국도 굳건한 연대를 바탕으로 인도태평양 공동번영 시대를 열어나가기 위한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아시아 순방을 계기로 첫발을 뗀 IPEF는 명시적으로 중국을 겨냥하진 않았지만 반중(反中) 경제포위망 성격을 부인하긴 어렵다. IPEF는 미국이 중국의 첨단기술 스파이 활동과 무역규범 위반을 비난하며 쿼드(Quad) 같은 안보협의체와 함께 경제 차원의 새로운 질서 구축을 목표로 추진해 온 구상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아시아 국가들을 미국 패권의 앞잡이로 만들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런 중국의 반발에도 당초 7개국으로 알려졌던 IPEF 참여국은 어제 출범식에서 13개국으로 늘었다. 중국과의 관계 때문에 주저하는 나라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IPEF가 4개 분야의 전면 참여 대신 각국 여건에 따라 일부 의제만 선택해도 참여(pick and choose)할 수 있도록 문호를 낮춘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더 많은 나라의 참여도 기대된다.
한국의 IPEF 참여는 윤석열 정부가 내건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역할 확대라는 대외정책 비전에 따른 당연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이제 갓 출범한 IPEF는 그 구체적 내용은 채워지지 않은 상태라서 그만큼 한국이 할 수 있는 일도 많다. 정부도 새롭게 규범을 만들어가는 ‘룰 메이커’로서의 역할을 강조한다. 윤 대통령도 “룰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빠진다면 국익에도 피해가 많이 갈 것”이라고 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한국은 그간 미중 사이의 어정쩡한 균형에서 미국 쪽으로 한층 다가갔다. 그것은 신냉전이 격화되면서 대결 전선이 뚜렷해진 데 따른 자연스러운 좌표 이동일 것이다. 더욱이 원칙과 규범, 국익에 따른 선택에 누구도 시비를 걸 수는 없다. 다만 중국과의 협력에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 IPEF 논의에서 중국을 포용하고 중국이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간 우선순위에서 미뤄뒀던 중국과의 소통에 적극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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