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를 지명했다. 보건복지부 장관에는 약사 출신 김승희 전 국회의원, 차관급인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엔 오유경 서울대 약학대학장을 내정했다. 장차관급 인사 3명을 모두 여성으로 발탁한 것이다.
이날 인사는 새 정부 초대 내각이 서울대 출신의 50대 남성에 편중된 ‘서오남 인사’ ‘남탕 내각’이라는 비판을 부분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임명된 16개 부처 장관 가운데 여성은 3명뿐이다. 두 장관 후보자가 임명되면 여성 장관 비율은 16.7%에서 27.8%로 늘어나게 된다.
내각의 성별 불균형을 늦게라도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부터 성별 지역별 안배 없는 능력 중심의 인사 원칙을 강조해온 터여서 이날 발탁 인사가 놀라운 것도 사실이다. 시기상으로는 21일 한미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외신 기자가 “내각에 남자만 있다”고 지적한 지 닷새 만에 이뤄진 인사다. 국내 여론의 비판에는 꿈쩍도 않더니 해외 언론이 나서자 그제야 여성을 기용한 것 아닌가. 당시 윤 대통령은 ‘장관에 기용할 만한 여성이 없다’는 취지로 답했던 터라 장차관급 여성 3명의 동시 지명이 더욱 갑작스럽게 느껴진다. 1기 내각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돌아보고 인사 원칙을 재정비해 인사의 다양성과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박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교육이 아닌 공공행정 전문가다. 교육부 차관도 정책학 전공자로 이번 인사 전까지는 교육부 근무 경험이 없어 두 장차관이 정부의 3대 개혁과제인 교육개혁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 우려가 앞선다. 김 복지부 장관 후보자 역시 경력이 의약품 분야에 치우쳐 있어 연금개혁과 포스트 코로나 정책을 끌고 나갈 적임자인지 의문이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두 장관 후보자에 대해 도덕성뿐만 아니라 장관 업무를 수행할 역량이 되는지 집중 검증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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